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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규제 불감증에 걸린 게임업계

“뭐 정치권에서 항상 하는 게 그런 거 아닙니까, 될지도 모르겠고.”
“저희야 모바일게임만 할 테니 크게 문제가 없겠죠.”
“큰 회사들이 나서줘야죠,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합니다.”

게임을 마약과 술 등과 같은 맥락에 두고 중독을 종합적으로 관리 예방하겠다는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일명 신의진법)이 입법화가 유력시 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게임업계는 ‘강 건너 불구경’ 수준이다.

연초에도 숱한 규제이슈가 발생하다 보니 이런 사안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른바, 규제 ‘불감증’이 아닐까 우려된다. 주무부처인 문화부만 해당 사안을 놓고 심각성을 어필하고 있지만 업계까지는 잘 전달되는지 않는가 보다.

게임업계가 규제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셧다운제를 빌미로 게임 죽이기, 마녀사냥이 얼마나 많이 자행된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이번 법안도 게임의 의학적, 심리적 중독 문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기에 게임업계의 반박과 설득논리는 분명하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까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셧다운제 시행은 말도 되지 않는 ‘짐승 뇌 이론’이나, ‘게임=마약’이란 논리로 힘을 얻었다. ‘과몰입’과 ‘중독’의 차이, 솔직히 종사자들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단어가 좀 순화된 거 아닌가’라는 막연한 생각만 할 뿐.

걱정은 이것이다. 이러한 규제 필요성이 자꾸 거론되다 보면, 종사자 스스로도 ‘필요한 거 아닌가’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반박할 수 있는 논리도 명확하고 아닌 것도 분명히 아는데, 외부에서 자꾸만 문제가 있다고 두드리니, 내부에서도 ‘정말 문제가 있는가’ 라고 착각하는 것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게임업계는 해당 규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입법화 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숱한 엉터리 규제들 중 현실화가 안된 것도 많다. 이것이 규제 불감증의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신의진법은 단언컨대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대통령 국정보고에서 약속했던 사안인데,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발의 하면서 공동전선을 형성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쟁점사항으로 해당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규제 주도권을 놓칠까 걱정하는 문화부가 ‘태평한’ 게임업계를 보며 애가 타는 이유다.

신의진법이 통과된다면 게임에 대한 낙인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청소년 보호를 이유를 셧다운제를 시행하자고만 했을 때도,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 보다는 청소년 보호 그 자체에 초점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셧다운제 이후, ‘게임은 나쁘다’는 인식은 공고해졌고 이 신의진법이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해당 법안은 국회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도달했다. 이제는 여야의 대치국면과 국정감사라는 정치적 이슈로 해당 법안이 처리되지 않기를 바래야 할 판국이다.

주변에선 다들 우려하는데 정작 자신들은 ‘괜찮다’고 하는 규제 불감증. 정작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순간이 도래했을 때나, ‘잘못됐다’고 아우성칠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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