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조카 녀석이 스마트폰을 내밀며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보여줬다. 그 게임은 요즘 가장 '핫 한' 넷마블의 '몬스터길들이기' 였다.
"그럼, 잘 알지. 이 게임 만든 회사도 가봤는걸."
내 말에 조카는 신기한 듯, 존경을 담아 날 바라봤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 개발자와 운영자는 신이나 다름없다는 경외의 대상이다. 그런 사람들을 안다니, 그 녀석이 존경을 담아 날 바라보는 것도 이해가 된다. 게임 덕에 서먹했던 조카와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졌고 그렇게 한동안 게임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7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게임 플랫폼이 생기면서 게임의 저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40대 이상 장년층도 '애니팡'에 빠져들었고,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날아오는 총알을 용으로 피해 다녔다. 이젠 게임기자가 무엇인지를 친척들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격세지감이란 말이 뼛속 깊이 와 닿는 요즘이다.
그런데 우려도 있다. 조카가 게임을 그렇게 즐기다 보니, 친척들이 걱정에 한 소리씩 한다. '항상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공부를 안 한다' 등등.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이야 늘 한결 같다고는 하지만, 한 귀로 듣고 흘리기엔 마음이 무겁다.
'이거 하루에 몇 번 못해요'라고 답하긴 했지만 부모의 통제를 벗어난 게임이용에 대한 우려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PC는 부모가 이용을 제한할 수 있지만, 모바일은 한계가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성가족부가 밀고 있는 모바일게임 셧다운제가 설득력을 얻을까 우려된다.
게임업계가 주장하는 규제에 대한 반대논리를 분명히 아는 기자 입장에서도, 이것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일이 되면 그대로 내세우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여가부가 말하는 논리도 이렇다. 당장 게임으로 인해 우리 아이가 병들어 가는데, 수출 논리가 뭐냐고 말한다. 이러한 감성 앞에서는 이성과 논리가 무장해제 되기 일쑤다.
결국은 게임업체 스스로가 과도한 스마트폰게임 이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하루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판 수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며, 더불어 과다 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부모들에게 데이터 사용량이 제한된 요금제를 사용하면 자녀들의 게임이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야 한다. 그러한 자발적 노력이 없다면 여가부 주도의 스마트폰게임 규제를 피해갈 명분이 없다.
스마트폰게임으로 인해 게임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우려의 시선들을 직시하고 규제에 대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