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오찬모임을 가진 남경필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장에게 쓴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만든 자리긴 하지만, 3일 전 황우여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 자리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을 것이다.
명색이 게임 협회장이고 5선 중진 국회의원인데 그가 속한 당의 대표는 게임 때문에 묻지마 살인도 일어나고 그래서 집중 관리해야 하는 중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남 협회장이 "게임이 4대 중독에 포함되면 내가 중독 협회장이란 말이 된다"는 반응도 당연해 보인다.
남 협회장을 게임 협회장으로 추대했을 때는 광풍으로 치닫는 게임규제에 대한 바람막이가 돼 주길 바랬다. 걸핏하면 규제안을 내놓는 곳이 새누리당인 만큼 후배 의원들이 중진 의원의 눈치를 살펴주길 바라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발의된 규제법은 3개에 달한다. '중독지수를 측정해 게임제작 및 배급을 막고 매출 5%를 강제징수 하겠다'는 손인춘법 2개, '게임을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에 넣어야 한다'는 신의진법이 그것이다. 두 의원 모두 새누리당 출신이다.
남 협회장은 "국회의원 개별이 입법기관이라 다른 의원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협회장을 추대한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본인은 "4대 중독에서 게임을 꼭 빼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회의원 겸직금지조항으로 인해 남은 임기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같은 당 강은희 의원이 "게임의 순기능을 더 부각시켜 역기능을 최소화 하겠다"고 지원사격을 펼쳤다만, 새누리당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당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정말 박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게임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면, 여당인 새누리당도 게임의 역기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게임의 역기능을 막겠다고 사업을 유지시키지도 못할 엉터리 법안을 내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남경필 협회장은 "사장되는 입법이 많다"며 "4대 중독이나 다른 규제안도 부처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해서 (사장될) 가능성이 많다"는 말로 관련업계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기우가 될 것인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다만 이런 법안들이 발의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공고히 하고, 더 강력한 규제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게임업계의 적극적인 정화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게임업계가 어떤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새나라당이 그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