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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규제중독에 빠진 국회의원께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한다는 '빼빼로데이'에 신의진 의원님께서는 장문의 글을 남기셨습니다. 중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아이들과 가정을 염려하며, 또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을 담아 본인께서 추진 중인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해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습니다.

이 글은 '행정규제가 아닌 보건 복지적 예방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신 의원의 순수한 의도를 매도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본인은 억울하지 않다'고 하셨다만, 게임협회의 게임 중독법에 대한 선동을 중지하고 주요 게임업체 대표들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주장한 걸 보면 그런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은지 궁금증이 일기도 했고, 주장에 여러 모순이 보여 작성한 글입니다.

먼저 '선동을 중지해라'고 말한 의원님 주장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며 본인 입법의 정당성을 전제하셨는데, 게임 중독법으로 인해 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당사자들(협회)이 반대운동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닐까요? 해당 법안으로 인해 직접적인 심리적, 물질적 타격을 입을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니까요.

'술을 마신다고 규제하진 않는 것처럼 게임을 한다고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전문가의 의학적 진단을 받은 게임 중독자를 치료와 관리의 대상으로 하겠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게임중독'이 뭡니까. 의학적 진단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하는 겁니까? 이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걸쳐 여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고 명확히 규정이 된 것이 없다는 것을 의사출신인 신 의원이 더 잘 알 것이라 믿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고 되시라고 미국 정신의학학회(APA)가 편찬한 '정신 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을 언급하겠습니다. 이는 미국 임상의나 연구자, 약물 규제국, 제약회사, 법조계 등이 사용하는 정신 장애 기준서로 보심 됩니다.

올해 5월 APA는 '추가 연구 필요 상태'에 인터넷 게임장애 항목을 추가 연구들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아시아 젊은 남성들을 한 연구에서 약물 중독과 같은 뇌 작용이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는 바, 온라인 게임에 한정해 연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인터넷 도박, SNS 등과 완전히 분리해 온전히 온라인 게임으로만 연구해보자는 것이죠.

APA는 중독과 관련해 '물질 관련 중독 장애'과 '비물질 관련 장애'로 나누고 있는데, 전자는 신 의원이 주장하는 알코올, 카페인, 대마초 등이 포함되고 후자에는 도박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 둘 어디에도 게임은 없습니다. 쉽게 말해, APA는 게임 중독을 아직 공식 장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게임업계와 문화부는 중독과 다른 개념인 '과몰입'을 사용해 왔지만, 용어의 혼동과 거부감으로 인해 중독으로 몰고 간 것은 정치권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게임법 개정안에 과몰입이란 단어 외에도 중독이 들어간 것입니다. 이를 두고 본인께서 '게임중독을 내가 규정한 것이 아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과유불급'이란 고사성어가 있듯 뭐든 과용하면 좋지 않습니다. 달리기만 하더라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데드 포인트'(dead point)를 극복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가 오는데, 이때 모르핀과 유사한 엔도르핀이 쏟아져서 달리기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미국D. B. carr 연구자료)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증과 불면증, 식용감퇴 등 약물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되고 그래서 관절에 무리를 일으키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운동중독'이라 부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중독자로 분류해서 국가가 통합관리 하지는 않습니다. TV나 프로야구, 아이돌 등을 과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인이 관리해야 할 부분이지 않습니까?

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면, 신 의원께서 말씀하신 심리적 불안정이나 집착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게임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게임사의 수익금 중 일부를 국가가 강제 징수하는 조항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해당 법안에는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라고 돼 있습니다.(제6조 4항) 국고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실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당 손인춘 의원과 박성호 의원이 같은 맥락에서 매출 1%, 5%를 강제징수 하겠단 법안을 내셨다는 사실은 아시는지요? 결국 중독법이 시행되면 게임업체들이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는 없을 겁니다.

정신과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게임중독이란 진단이 생긴다면 이에 따른 치료는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이고, 게임업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고를 통한 치료 및 관리를 해야만 할 텐데 이로 인한 이득은 어디로 갈까요, 제가 궁금합니다.

소관부처 문제도 그렇습니다. 신 의원 말씀대로 국가중독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될 중독관리센터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치하고 관리 운영합니다. 중독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신 의원 말씀처럼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과 규제도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에서 이뤄져야 될 것입니다.

남경필, 전병헌, 최민희 등 동료 의원들 조차 게임 중독법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공청회 이후 많은 질책을 받았을 거라 생각되며, 그래서 제대로 된 토론을 위해서 각 업계 대표들에게 '협상 테이블로 나와라'고 주문한 것으로 압니다. 그 의견에는 저도 동의 합니다만, 그전에 업계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말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앤씨 소프트'의 정확한 명칭은 '엔씨소프트'고, NHN은 이미 인적분활을 통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리됐습니다.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오위즈는 왜 언급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은 토론 제안에 당사자들이 응하고 싶을까요? 만약 의원님을 '민주당 신이진'이라 칭한다면 화내지 않으실런지.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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