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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금주법에서 배우는 게임중독법의 미래

정말 마녀사냥이 시작되려는가 보다. 신의진 의원이 기독교 단체와 손잡고 1000만 교민 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지선언을 하면서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빚어온 게임 중독법 사태가 종교 영역으로 번졌다.

일부 격양된 신도들에게 게임이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적 사명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부모와 일부 교회의 입장에서는 착하기만 하던 자식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교회도 가기 싫어하고 부모 말도 안 듣는 이유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중세시대 때 종교전쟁과 30년 전쟁, 기근, 페스트와 가축들의 전염병 등으로 고통 받던 사람들은 연속된 불행에 대한 불안을 '마녀'라는 희생양을 통해 찾아냈듯이.

이들에게는 게임이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믿음을 전파하고 게임을 배제시키면서 '우리 사회'는 안전하다는 만족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사회적 배제?통합기제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신 의원측에서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 수 있는 것도 배타성이 강한 종교였을 것이다.

종교가 정치 사회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신앙에 따라서 설령 순교를 각오하고라도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시도에 부단히 맞서온 종교의 역사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종교적 신앙은 자칫 순수성을 훼손하고 잘못된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우리는 부정부패와 마피아 같은 조직범죄를 키운 미국의 금주법을 통해 이를 분명히 목격했다. 14년 동안 술 판매가 금지된 금주법은 '기독교여성금주회'의 종교적 영향력 덕에 유지될 수 있었다.

미국 금주운동사에서 캐리 네이션(Carrie Nation)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첫 남편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뒤 하나님으로부터 '술집을 때려 부수라'는 계시를 받고, 손도끼를 들고 닥치는 대로 술집을 부수고 다녔다. 그래서 그녀는 '도끼의 여왕'으로 불렸다. 금주법이 남부 주를 넘어 연방 차원으로 확대시키는데 그녀의 공이 컸다.

금주법에 여성 종교단체가 나선 이면에는 정치적 영향력이 남성보다 약했던 여성들의 존엄을 찾기 위한 명분도 있었다. 캐리 네이션은 자신의 사진과 판자로 만든 기념 손도끼를 팔아 자금을 조달했고 실질적으로 금주당의 핵심역할을 하기도 했다.

인류와 함께 발달한 술을 근본적으로 금지한 이 법안의 폐해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지금 미국의 골치거리인 마피아가 금주법으로 인해 세력을 키웠고, 술을 마시고픈 사람들이 검증되지 않은 밀주를 만들면서 문제가 급증했다.

두산 백과사전에는 금주법이 시행된 기간 동안 3만 5000명 이상의 시민이 독성이 강한 술을 마시고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밀조업자 2000여명이 경찰에 사살됐고 이 과정에서 500명의 경찰도 목숨을 잃었다.

금주법 이전 워싱턴에는 300개의 허가된 술집이 있었으나 금주법 이후엔 무허가술집이 700개에 이르렀고, 1927년까지 시카고에서는 음주운전이 금지 이전보다 476% 증가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600%나 증가했고 모든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건강을 위해 마련한 금주법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금주법을 폐지할 때까지, 이 법안으로 인해 미국 사회는 부정부패와 조직범죄의 온상이 됐다.

금주법에서는 게임 중독법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금주법 시행 초기, 애주가들이 플로리다와 카리브로 가서 술을 먹었다. 게임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지는 않지만, 이미 국내 많은 규제로 인해 해외로 주거를 옮기거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페이스북 게임들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중독법이 중독 예방에 대한 명분이 되고 어떠한 형태로든 기업들이 기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밀조업자처럼 허가를 받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게임을 서비스 해 온 기업들이 되려 역차별을 당하고, 그 빈자리는 허가를 받지 않은 회사들의 더 폭력적이고 사행적인 게임이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역사로부터 배운다. 금주법이 주는 교훈은 인간의 본성을 법으로 억제할 때 생겨날 수 있는 폐해와 종교가 이해관계로 인해 어떤 부작용을 보여주는 교과서다. 종교의 영역까지 확대된 중독법, 이러한 암울한 예측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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