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 컴투스를 지난 15년간 이끌어온 박지영·이영일 대표 부부가 '아름다운 퇴장'을 앞두고 있다. 최대 경쟁자이자 친구인 게임빌 송병준 대표에게 컴투스의 미래를 당부한 이들 부부는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기나긴 '단잠'에 빠져들 예정이다. 무거웠던 짐을 잠시 내려놓은 두 사람은 그간 소홀했던 가정에 복귀한다.
19일 가산문화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박지영·이영일 부부의 표정에서는 웃음과 슬픔, 아쉬움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박 대표 부부는 결코 작지 않은 감정과 소회를 밝혔다. 박지영 대표는 미소를 잃지 않았고 이영일 부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두 사람 표정 한켠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박지영·이영일 부부가 유독 강조한 것은 '사람'이었다. 지난 15년간 컴투스가 축적해온 고유의 문화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컴투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게 두 부부의 생각이다. 이는 향후 컴투스를 이끌 송병준 대표에게 전하는 박지영 대표 부부의 무언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Q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
A 박지영=원래 피부가 좋다.(웃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우리 직원들은 수척해졌다고 하던데? 원래 아침에 괜찮고 오후에는 좀 망가지는 편이다.
Q 오늘 컴투스 대표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다.
A 박지영=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복잡한 기분이다. 회사 운영 기간이 길었던만큼 알수 없는 먹먹함이 든다.
Q 쉽지않은 결정을 내렸다.
A 박지영=이번 게임빌의 컴투스 매각건만 놓고 보면 그리 긴 시간을 논의하진 않았다. 게임빌 송 대표님과는 10년 넘게 같은 업계에 있었다. 업계 이슈와 현안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논의도 해 왔다. 예전에도 반농담식으로 컴투스와 게임빌이 같이 할 수 있는게 없을까 이야기하기도 했다.
A 이영일=(송 대표가)컴투스와 함께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게 우리를 움직였다. 잘 하고 싶다고, 잘 할 수 있다고 오랜 기간 말씀하셨고 또 긴 기간 동안 노력을 거듭하셨다.
A 박지영=매각 발표 난 이후 최종 계약까지 기간이 다소 길었지 않나. 그 동안 고민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웃음) 송 대표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송 대표님이 컴투스에 대한 애정이 저만큼 많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임빌은 컴투스의 강점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다. 컴투스 내부 조직문화나 인력들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를 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Q 컴투스 인력들의 고용승계가 이뤄진다는 의미인가?
A 박지영=게임회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좋은 인력들이 남아 있어야 한다. 또 문화도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컴투스와 게임빌 문화가 다르다고 한다. 그 부분은 송 대표님도 공감하신다. 컴투스의 강점은 문화에 있다. 이같은 부분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맥락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A 이영일=송 대표님께서 다른 각도에서 컴투스를 잘 이끌어주시리라 믿는다.
Q 컴투스, 게임빌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A 박지영=두 회사가 각자 이익만을 생각하는 관점으로 운영 되면 완전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본다. 하나의 목표를 통해 양사가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으로 본다.
Q 휴식 기간을 가지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A 박지영=즐겁게 일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로 출발했고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보람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번 내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홀했던 개인에 대한 고민이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되돌아보고 싶다. 대학생 시절때 창업에 나서 대표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다. 아쉽게도 더 성장하는 기업으로 리딩하기에는 제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충전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이후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는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Q 게임 이외에 다른 분야에 도전하나?
A 박지영=다양한 도전을 해 보고 싶다.
Q 게임산업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
A 박지영=게임은 뭐니뭐니해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다. 게임은 첨단 IT 산업의 총아와도 같은 산업이다.
Q 컴투스가 낸 게임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 박지영=주마등처럼 기억에 남는다. '꼬꼬마유랑단'의 경우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액션 퍼즐패밀리'와 '붕어빵 타이쿤'도 떠오른다.
Q 컴투스는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될까.
A 박지영=저와 이영일 부사장이 생각했던 건 컴투스를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사람들한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로 말이다. 지난 15년간 해마다 2~3종 이상의 좋은 게임을 출시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때 축적한 모든 것들이 컴투스 내부에 쌓여 있다. 그런 부분들이 달라지지 않는한 좋은 인재들이 좋은 게임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컴투스라는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같은 브랜드로 남아 있다. 컴투스가 앞으로도 이같은 브랜드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컴투스의 미래는 아쉽게도 이제 제 손을 떠났다.
A 이영일=핵심은 사람과 문화다. 특히 좋은 사람들을 놓치시면 그 돈 다 허공에 날리신다.(웃음) 좋은 사람들을 지켜 달라.
Q 지난 15년간 컴투스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박지영=계약서에 싸인하는 순간 아닐까. 오늘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직원들과 따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20~30대를 불태웠던 회사였고 또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회사 영상도 많이 찍어가서 보관해 틈틈히 보고 싶다.
Q 새로운 도전을 하실 때도 부부경영 체제를 이어가실 예정인지?
A 이영일=장점이 많다. 반대로 단점도 많다. 피곤하다. 저도 잔소리 많이 하고 또 그만큼 많이 듣는다. 남자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웃음)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