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문구다. "딱딱한 질문 하나 드릴게요"란 말로 시작되는 이 광고는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지극히 당연한 답변을 얻어낸다. 이들은 "컨버전스", "1+1", "퓨전" 등 머릿 속 떠오른 답변을 즉홍적으로 대답한다. 답변은 평범하면서도 간단하지만 전기전자, 화학, IT, 신소재 등이 결합돼 '자동차'란 완성품을 만들어내고,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란 비전을 보여준 내용과 일치한다.
게임에서의 융합은 어떤 의미일까. 이 광고를 보면서 게임과 문화의 결합이 떠오른다. 게임업계는 지금 게임과 문화, 예술을 접목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임을 알리고, 우리 사회가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제고하는 동시에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게임이 문화와 결합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게임은 다양한 문화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제공해왔다. 게임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거나, 미술관을 열고, 공연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넥슨이 새롭게 시도한 체험전 행사는 기존 형태와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넥슨은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게임과 문화를 연계한 색다른 체험전을 열었다.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체험전이다. 주제는 게임. 이 체험전은 게임 속 환경을 구조물로 재현해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됐다. 놀이학습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미션수행을 통한 성취감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부모와 아이가 한 데 어울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도 한다.
이것이 게임에서의 진정한 융합이 아닐까 싶다. 게임과 체험, 학습, 놀이까지 하나로 결합된 체험전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 성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서 얻은 경험은 또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광고에 나온 자동차 회사가 내건 미래 비전과도 잘 어울린다.
사실 융합이란 게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나 연극, 오페라, 서커스 등이 모두 융합형 예술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스토리와 영상이 융합됐으며, 오페라는 노래와 춤, 시 등이 결합됐다. 서커스 역시 여러가지 혼합 요소가 융합되면서 만들어진 예술. 기존의 것과 현대의 것을 접목해 새롭게 탄생된 것이 지금의 문화 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의 체험전은 새로운 기대를 걸게 한다. 체험전을 통해 또 다른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설레임이다. 단순 스릴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공원과는 다른,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문화로서 말이다.
아직은 두고 볼 일이긴 하다. 규모나 내용만 다를 뿐 넥슨 외에도 다른 게임업체들이 이같은 행사를 매년 1~2회씩 진행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이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체험전은 모처럼 업계가 갖는 융합이다. 게임과 문화의 결합을 넘어,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길 기대해 본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