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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왜 아이들은 게임에 빠지는가

중학교 때 전교 3등을 한 아이가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접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결국 가출까지 일삼으며 부모의 속을 썩힌다. 부모는 착한 아들이 변한 것이 게임 때문이라며 원망한다.

익숙한 이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게임 때문에 자녀와 갈등을 빚은 부모 모습은 어디에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게임은 아이들을 망치는 주범이자, 악이다. 그래서 정치권과 여성부, 교육계에서는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공중파 한 방송이 이러한 고정관념에 화두를 던졌다. ' 왜 아이들은 게임에 빠지는가, 과연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게임인가' 라는 주제로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관찰 카메라와 심리상담을 통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한 발짝 물러선 입장에서 담담하게 전해줬다.

그리고 여러 사례를 통해 귀납적인 결론을 내렸다. 자녀에 대한 믿음과 대화가 부족한 것이 모든 원인이라 했다. 게임에 빠져도 부모들의 믿음 덕에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학생들, 스스로를 게임 중독자였다고 밝히면서도 부모의 애정과 대화 덕에 서울대에 올 수 있었다는 학생들이 이를 반증했다.

그들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방황을 지켜만 보기 힘들었지만, 무조건적인 바람과 강요보다는 그냥 믿었다. 공부를 강요하는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들과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파장은 컸다. 신년특집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라는 제목의 다큐 프로그램이 방영 후, 스스로를 돌아봤다는 부모들이 많다. '자식을 위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공부만을 강요한 것이 아닌지 반성했다는 부모들의 시청소감이 줄이었다.

문제아로 사례에 등장했던 강군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게임 없이도 살 수 있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다른 것 하지 말고 공부만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라기만 하지 않았냐"고. 그는 중 1 때 전교 3등을 할 정도로 수재였지만, 온라인 게임을 접한 뒤 말썽꾼이 됐다.

관찰카메라를 본 김정희 심리 상담소 소장은 "강군이 게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어 게임으로 회피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부모의 역할은 개입하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것"이라 충고했다.

게임과 디지털 기기를 바라보는 부모와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모는 이것들을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로 봤고, 아이들은 사람과 소통하는 매개로 봤다. 학교와 학원, 짜여진 커리큘럼 때문에 실제 친구와 만날 시간이 없는 아이들이 게임과 디지털 기기로 소통을 하는 것이며, 이것이 막혔을 때 갈등이 시작된다고 말이다.

자녀들과 게임 때문에 갈등 중인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게임을 하는 것이 싫은 이유가 공부 때문은 아닌지를. 분명 맞을 것이다. 실효성 없이 시행되고 있는 셧다운제도 잠을 못 잔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돼서가 아닐 것이다. 야밤에 공부를 한다면 자라고 말할 부모는 드물 것이 분명하다.

방송에서 말했던 게임은 아이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창구이자, 뛰어 놀 공간을 잃은 그들의 놀이터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조건 게임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가. 부모들 역시 청소년기를 공부만 하고 지나온 건 아니지 않는가.

차라리 자녀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게임을 주제로 긍정적인 대화를 시도해 보길 권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부모와의 대화를 꺼리던 아이들이 자기가 왜 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특징이 무엇이고 어떤 재미가 있는지 소상히 말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가 게임으로 닫힌 부모와 자식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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