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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슬기 대표 "1억 매출 수호지, 흥행 비결은…"

'수호지 for kakao'는 지난해 말 가장 주목받은 모바일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오픈마켓인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5위권에 안착하며 소형 개발사도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 자신만의 산채를 조성하고 병력을 육성해 세력을 넓히는 '수호지'의 묘미는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엄지족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현재 '수호지'의 일매출은 1억원 안팍을 넘나든다.

'수호지'의 성공은 개발사 스케인글로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케인글로브는 넥슨 '제라'의 아트 디렉터로 유명한 이슬기 대표가 2010년 설립한 게임 개발사. 지난 십수년간 손발을 맞춰온 베테랑 개발자들이 '외도'없이 함께 하는 결속력이 유난히 돋보이는 업체다. '수호지'의 성공 비결과 스케인글로브의 미래 비전을 묻기 위해 이슬기 대표를 만났다.

스케인글로브 이슬기 대표
스케인글로브 이슬기 대표

◆1억 매출 게임, 수호지

흥행작 '수호지'를 있게 한 결정적 게임이 있다. 스케인글로브가 지난해초 선보인 전략게임 '바이킹워즈 kor kakao'가 바로 그것. '바이킹워즈'는 독특한 세계관과 전개로 눈길을 끌었으나 대중적 인기를 얻는데는 실패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의미있는 지표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비록 전체적인 이용자 파이는 크지 않았지만 과금자 전환율 등을 통해 시장성을 엿봤다는 이야기다. 즉 보다 많은 이용자들만 끌어올수 있다면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게 당시 이 대표의 판단이었다.

"전문적인 마케팅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게임을 알릴 수 있다면 큰 흥행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이킹워즈'가 아닌, 전혀 다른 게임 개발에 힘썼겠죠."

스케인글로브가 네시삼십삼분과 만난 것도 이때다. 앞서 '활 for kakao'의 성공에 힘입어 퍼블리싱 사업을 준비하던 네시삼십삼분은 스케인글로브가 찾던 최적의 파트너였다. 이용자층도 '바이킹워즈'와 겹쳐 크로스 프로모션을 통한 폭넓은 매출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네시삼십삼분과 의기투합한 스케인글로브가 '바이킹워즈'에 중국의 고전 수호지를 덧입히고 튜토리얼을 강화해 내놓은 게임이 바로 지금의 '수호지'. 이용자만 확보하면 게임 흥행은 '따논 당상'이라는 이 대표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고 '수호지'는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대박 게임으로 거듭났다. 당시 소감을 물어봤다.

"기뻤죠. 다들 비슷하겠지만 우리같은 스타트업은 여유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항상 이번 프로젝트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개발하죠. '수호지'의 성공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다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이 대표의 말처럼 스케인글로브는 '수호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작은 성공에 도취해 회사 규모를 무작정 늘리지도 않았다. 넥슨 재직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함께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개발은 스케인글로브의 DNA예요. 앞으로도 작고 빠른 조직을 유지하면서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아무리 큰 성장을 거듭하더라도 말이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를 이용자들을 통해 피드백 받는 것이 제일 재밌더라고요."

[인터뷰] 이슬기 대표 "1억 매출 수호지, 흥행 비결은…"

◆애니 꿈꾸던 이 대표, 게임 입문 사연은

이슬기 대표는 사실 처음부터 게임에 뜻을 두진 않았다. 원래 그의 전공은 만화였다. 첫 직장도 애니메이션 제작사였다. 2002년 콘셉 디자이너로 업계에 첫 입문한 이 대표는 발군의 그림 실력을 뽐내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다. 그런 그가 게임업계가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그림 실력이 탁월했기 때문. 당시 '제라'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넥슨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던 이 대표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이 대표가 갑자기 이런 '바람'이 난 이유가 궁금했다.

"그동안 아동용 애니메이션만 제작해서 그런지 뭔가 묵직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넥슨 입사를 결정했죠."

넥슨 입사 후 처음 그에게 주어진 일은 '제라' 일러스트레이터. 하지만 이로 만족하지 않았던 그는 캐릭터, 배경에 이르기까지 '제라'의 모든 그래픽을 섭렵했고 종국에는 아트 디렉터에까지 올라 게임 아트를 총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가 사력을 기울여 만든 '제라'는 결국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이 대표도 첫 실패를 맛봐야 했다. 당시 '빅3'에 꼽힐 정도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제라'의 실패는 기대감만큼이나 충격도 컸다. 하지만 '제라'의 실패는 이 대표에 있어 또 다른 반전의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그래픽도 좋고 타격감도 좋았지만 흥행은 이와 반드시 비례하진 않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내가 게임을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닐까'하는 반성도 하게 됐습니다. 뼈아픈 '제라'의 흥행 실패는 결과적으로 저를 각성시킨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었죠."

이후 본격적인 게임 공부에 나선 이 대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온갖 게임을 섭렵하는 와중에 그는 가슴 한켠에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새록새록 키워나갔다. 이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던 2010년. 이 대표는 마음맞는 동료들과 함께 넥슨에서 독립, 스케인글로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회사명 그대로 전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개발사가 되자는 야심찬 포부도 세웠다. 이후 모바일게임이라는 거센 바람이 게임업계를 휩쓸었고, 이 대표는 그 수혜를 누린 몇 안되는 대표 중 한 사람이 됐다.

'수호지'로 쾌조의 출발을 보인 스케인글로브는 이제 국내에서 가장 바쁜 개발사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옆나라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북미 시장을 통해 방점을 찍는다는 것이 이 대표의 궁극적 목표다.

"개인적으로 북미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 중 제대로 공략을 성공한 사례를 찾기도 힘들고요. 개인적으로 북미 공략에 성공한 개발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는 오랜시간 동고동락한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15년 가까이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손발을 맞춰온 사례가 흔치 않아요. 스케인글로브는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실력있는 개발사입니다.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무조건 출시돼요. 도중에 포기한 사례가 없습니다. 이는 좋은 사람들과 늘 함께 있기 때문 아닐까요."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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