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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애니팡2, 차라리 침묵하라

[기자석] 애니팡2, 차라리 침묵하라
"표절 논란이 일어날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선데이토즈 이의중 마케팅 이사.
"아이폰도 아주 잘(?) 베낀거지요."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
"기획은 우리가 캔디크러쉬사가 보다 1년 먼저 했다." 선데이토즈 홍보담당.

선데이토즈가 출시한 '애니팡2' 때문에 게임업계가 떠들썩 하다. 전 세계 1억 회 이상 다운로드된 퍼즐게임 '캔디크러쉬사가'와 게임방식, 효과, 심지어 버그까지 유사해 게이머들 사이에선 '표절'로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다.

논란이 더 거세진 것은 선데이토즈 관계자들의 발언 때문이다. 자신들의 순수성과 창작성을 인정해 달라는 이들의 발언은 어이가 없어 비웃음마저 살 정도다. '이러이러한 점에서 다르다'는 식이라면 이해라도 해 볼 텐데 이건 도무지 막무가내 식이다.

스마트폰 게임에서 표절논란은 번번히 있어 왔다. 게임수명이 짧다 보니 출시되는 게임이 많다.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려고 해도 기기의 한계 등 제약이 존재한다. 간혹 존재하는 '만들고 보니 비슷하네' 등의 변명이 통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애니팡2' 사태는 이러한 정서와 거리가 있다. '애니팡2'가 베꼈다고 의혹을 받는 게임은 전세계인들이 아는 게임이다. 듣도 보지도 못한 게임을 전문가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다른 것이다.

더불어 선데이토즈가 어떤 회사인가. 동네 아줌마, 아저씨에게 '애니팡'을 알리고 국내 스마트폰 게임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한 회사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없었던 게임벤처를 활성화 시켰고 그 덕에 우회상장까지 한 회사지 않은가.

'애니팡'도 독창성이 돋보이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비난에서 비켜설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게임 생태계가 표절에 유독 관대하고 신생 벤처이기에 이해를 해 준 부분이 적지 않았다. 배 고파가며 게임 만들고 그래서 성공했다는 청년 성공신화를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성공했기에 대다수가 스마트폰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후속작을 내놓기를 바랬을 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성공한 벤처로서 좋은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선데이토즈는 이러한 기대보다는 이윤창출에만 몰두했는지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검증 받은 콘텐츠를 내놓았고 논란 속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편하고 비난 받을 수 있지만 성공이 보장된 길이었다. 처음부터 '애니팡'에는 익숙하지만 '캔디크러쉬사'는 모르는 이용자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선데이토즈 관련자들의 발언이 유독 미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욕 먹을 줄 뻔히 알면서도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식, '우리는 억울하다'고 말하는 그 낯 뜨거운 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만 할까.

어쩌면 관심이 필요해 망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처럼,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발언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살 정도로 말이다. 차라리 입 닫고 마케팅에 열중해라. 진정 논란을 잠재우고 싶다면 말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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