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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골든펜던트' 임창기 대표 "욱일승천기는 악의 상징"





'어두컴컴한 공간, 한 정체불명의 로봇이 잠들어있다. 축 늘어진 어깨와 초점을 잃은 눈. 그러나 이 공간에 들어선 한 어린 소년이 로봇의 가슴에 골든펜던트를 부착하자 반전이 벌어진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로봇은 두 눈을 번뜩이고 곧 총과 방어구까지 장착한다. 소년과 로봇의 만남은 앞으로 펼쳐질 대모험의 전조를 예견케 했다.'

3분 남짓한 이 짧은 영상은 2013 부산국제영화제를 들썩이게 했던 '골든펜던트'다.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풀 3D 그래픽과 로봇의 재질감은 영화 '트랜스포머' 뺨친다. 이를 접한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적잖은 관심을 가진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 특히나 로봇과 소년은 유년기 시절의 우리를 열광케 하던 핵심 키워드가 아니던가.

'골든펜던트'는 '한국에서도 극장용 대작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을까'는 질문에 '그렇다'고 믿는 이들의 희망이 담긴 영상이다. 드림투스튜디오 임창기 대표는 '원더풀데이즈' 이후 맥이 끊긴 국산 대작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잇는다는 포부다. 로봇과 소년이 함께하는 유쾌하고도 아슬아슬한 대모험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렌다. 안양 스마트콘텐츠센터를 보금자리 삼아 임창기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위해 쉼없이 달리고 있다.

"영상을 접한 지인들이 기대된다면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잘 어울리겠다는 조언을 해 주더군요. 우리 시장 뿐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라면서요. 물론 쉽지 않은 길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공 사례도 없고 제 나이도…(웃음)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꼭 꿈을 이루고 싶어요."

임창기 대표가 구상하는 '골든펜던트'는 단순한 메카닉 로봇 액션물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작품 모나리자를 재해석힌 점이 돋보인다. 게다가 다빈치와 모나리자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발칙한(?) 상상까지 곁들였다.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는데 4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지요. 왜 그랬을까요. 모나리자와 사랑에 빠진 다빈치가 일부러 늑장을 피웠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그런 가설이 나오기도 했어요. '골든펜던트'도 바로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골든펜던트' 리오와 함께 선 드림투스튜디오 임창기 대표
'골든펜던트' 리오와 함께 선 드림투스튜디오 임창기 대표

유부녀였던 모나리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없었던 천재 다빈치는 대신 자신들의 영혼이 담긴 로봇 '리오'와 '리자'를 만들어낸다. 한편 둘의 사랑을 눈치챈 모나리자의 남편이자 사악한 무기 거래상인 지오콘도는 두 로봇을 탈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생을 얻으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이후 세상을 위협하는 악당 지오콘도에 맞서 다빈치의 후손과 로봇 리오, 리자가 힘을 합쳐 맞서 싸우게 되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특히 지오콘도가 지휘하는 악의 세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은밀히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온갖 비밀무기와 욱일승천기를 앞세운 일제 세력이라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악역'들이 '골든펜던트'에 등장하는 셈이다.

"욱일승천기는 '골든펜던트' 내에서 악의 상징으로 묘사될 겁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악한 존재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이는 주인공 리오와 리자가 악당을 물리칠 때 보다 통쾌함을 안겨주는 장치로도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여러 나라 업체들과는 접촉해도 일본 업체들과는 만나지 않았죠."

2012년 7월 드림투스튜디오를 설립하기까지 임창기 대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척박한 국내 제작 환경은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임창기 대표도 그 중 하나였다. 애니메이션 외길 인생만 고집할수도 없었다. 게임 쪽에도 발을 담궜다. 2010년 출시돼 화제를 모은 드래곤플라이의 FPS 게임 '퀘이크워즈 온라인'이 그가 그래픽 작업을 총괄한 게임이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 품은 창작 애니메이션의 꿈을 저버릴 수 없었던 임창기 대표는 결국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창작의 세계에 뛰어든다. 이름을 걸고 법인까지 차렸다. 외주도 뛰고 지원사업도 응모하면서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장편 애니메이션의 토대를 닦아왔다. 이후 본격적인 '모험'에 뛰어들기 위해 임 대표는 적잖은 자본을 들여 데모 영상을 제작하면서 '골든펜던트'의 등장을 예고했다. 또 그는 '골든펜던트'와 같은 무게감있는 콘텐츠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도 강조한다.

"'골든펜던트'가 무모한 시도라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많습니다. 유아가 아닌 성인층을 공략하는 애니메이션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요. 또 외주 위주의 제작 풍토에서 양질의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의 눈빛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 이같은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싶어요. 당장 눈 앞의 먹거리를 위해서 단순한 영유아용 콘텐츠만 재생산해서는 결코 국산 애니메이션의 발전은 있을 수 없어요. 강렬하고 새로운 뭔가가 나올 때입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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