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눈에 띄는 것은 PC 온라인 게임산업의 부진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정도만이 기존의 인기 타이틀로 체면 치례를 했을 뿐이지, 대다수 게임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더불어 국내 유수 게임업체들 다수가 구조조정을 겪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업체들은 전전긍긍하며 변화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데 고초를 겪었다.
이러한 가운데 네오위즈게임즈가 정통 MMORPG '블레스'를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엔씨소프트에 이어 상장 게임사로는 2번째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었던 대표적인 게임사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부터 '크로스파이어', '스페셜포스' 등을 서비스하면서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게임 퍼블리셔로 성장했고, 국내외에서 성공적인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개발사와의 마찰, 게임 서비스 계약 기간 종료 등에 따른 피해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1조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를 타개하고자 나온 것이 '블레스'다. '블레스'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자회사인 네오위즈블레스스스튜디오가 제작비 약 400억원을 들여 개발한 MMORPG다. 일단 '블레스'는 IP 확보에 치중했던 네오위즈게임즈의 자체 개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기원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역시 '블레스'가 네오위즈게임즈의 개발 노하우가 집결된 게임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블레스'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블레스가 네오위즈게임즈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물론, MMORPG 시장에서도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이 게임에 거는 기대치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간 출시됐던 MMORPG 장르와 이렇다 할 차이도 없을 뿐더러, 그래픽이나 콘텐츠 면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볼 때 MMORPG 장르의 수준과 수요 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
국내 MMORPG 시장은 성장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용자수도 한정적일 뿐더러, 경쟁도 치열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존 게임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신작 MMORPG에도 주요 타겟층이 된다는 점이다. 결국 똑같은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셈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경쟁이다 보니, 임의로 사용자들의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모든 게임이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MMORPG 장르는 특히 더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블레스'에 거는 기대는 사실상 기준이 초과됐다.
이 게임에 거는 기대는 다른 데 있다. 성공에 대한 기대도, 회사의 장미빛 미래도 아니다. 바로 시장의 변화다. '블레스'가 살아야 MMORPG 시장도 기지개를 펼 수 있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성공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일단은 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사용자들의 관심을 유발해야 한다. 수백억원이 넘는 개발비도, 화려한 그래픽도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오로지 재미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행히 이 게임은 기존 게임과는 다른 전투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전환기를 맞은 네오위즈게임즈와 침체기를 맞은 MMORPG 시장이 동시에 변화하길 기대해 본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