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들은 여자 피겨 심판들이 내린 판정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누가 어떤 점수를 매겼는지 알 수 없는 익명 속 판정 속에서 일부 러시아 심판진들이 자국 러시아 선수에 유리한 가산점을 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정도다. 경기 직후 소트니코바와 러시아 심판이 포옹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일파만파 확산되는가 하면, 러시아피겨협회장 부인과 과거 판정 시비로 자격정지를 당한 현지 심판이 이번 여자 싱글 피겨 심판진에 포함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올림픽에 있어서는 안될 공정성에 흠집이 난 것이다.
전세계 언론들이 연일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국 선수에게 유리한 결과 도출을 위해 심판진을 임의로 구성하고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는 행위는 결국 전세계적인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실제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여자 피겨 싱글의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는 김연아라고 추켜세울 정도다.
소트니코바와 소치 피겨 심판 사태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업계에도 유사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사태가 최근 발생했기 때문이다. 2월 임시국회를 통해 다시금 부각된 중독법(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이야기다. 중독법을 대표발의한 새누리 신의진 의원은 지난 17일 중독법 2차 공청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하며 업계 안팍의 공분을 샀다. 통상 공청회 개최 2주전 사전 계획을 알리고 관련 토론자를 섭외하는게 일반적인데 반해 이번 공청회는 개최 일주일 전 급히 이뤄진 졸속 행사였다는 논란을 낳았다.
더욱이 이번 공청회는 토론자들의 모두 발언 이후 방문객과 취재진을 일제히 퇴실 조치하는 전대미문의 파행이 이뤄졌다.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기 앞서 공개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공청회의 사전적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굳게 닫힌 공청회장 문 안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을지 밖에 있는 취재진과 사람들은 알 턱이 없다. 신의진 의원이 중독법 강행을 위해 형식상의 공청회를 열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독법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통과된다면 그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할 말많은 또 하나의 규제로 남을 뿐이다. 공정하지 못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강탈한 소트니코바에 아무도 찬사를 보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독법 강행를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신의진 의원 측은 이번 소치 올림픽 여자 피겨 심판진이 보인 추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