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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롤러코스터 같은 디아블로3

2012년 5월 서울 왕십리를 들끓게 했던 열기를 기억한다. '디아블로3'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의 일희일비를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한정 소장판 구매에 성공해 입이 귀까지 걸린 게이머도 있었고 간발의 차로 구매에 실패, 표정을 찡그린 게이머들까지 표정은 다양했다. 십수년전 그들이 즐겼던 전작의 향수와 '디아블로'라는 이름값의 무게는 그만큼 무거웠다.

그러나 '디아블로3'의 인기가 폭락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열악한 서버 환경과 무의미한 반복 플레이는 곧 적지않은 게이머들이 이탈하게 만들었다. 한때 압도적인 점유율로 PC방 인기순위 1위에 올랐던 '디아블로3'는 곧 20위권, 심지어 3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십년 전 전작과 다를 바 없는 조악한 콘텐츠와 더없이 낮은 아이템 획득률은 '디아블로'라는 이름값에 먹칠하기 충분했다. 심지어 누군가는 '폐지줍는 게임'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이런 '디아블로3'가 달라졌다. 하위권에서 맴돌던 '디아블로3'가 최근 PC방 인기순위 10위권에 재진입하더니 9일에는 7위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상승세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디아블로3' 인기가 급등한 이유는 하나다. 앞서 혹평받았던 약점들을 개선하고 출시가 임박한 확장팩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접속한 '디아블로3'는 게임내 인터페이스가 전부 확장팩 '영혼을거두는자' 특유의 어두컴컴한 그래픽으로 바뀌었음은 물론, 영웅 생성 창에서 신규 직업 '성전사'의 외형을 미리 살필 수 있었다. 설령 확장팩 구매 의사가 없더라 하더라도 이같이 확 달라진 게임 내 모습은 '영혼을 거두는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혹평받던 게임내 콘텐츠와 시스템을 대폭 변경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상 최악의 콘텐츠로 지탄받던 '네팔렘 시스템'의 삭제가 대표적이다. 네팔렘 시스템은 보스 몬스터 처치 시 아이템 획득률을 높여주는 '네팔렘의 용맹' 버프가 제공되는 시스템으로, 무조건 해당 버프 5중첩을 강제하고 스킬 변경시 해당 버프가 사라지는 등 자유로운 플레이를 막는 최악의 시스템으로 평가됐다. 해당 시스템을 삭제했다는 소식 만으로도 수많은 '디아블로3' 게이머들이 환호할 정도였다.

또한 '폐지줍는 게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팀은 각 직업에 어울리는 아이템 획득 확률 미 및 전설급 아이템 빈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장비 수준이 정체돼 게임을 접었던 이용자들이 속속 복귀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여세를 몰아 오는 25일 '영혼을 거두는자'가 출시된다면 다시금 '디아블로3'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인기순위 정상을 위협할지도 모를 일이다.

'디아블로3' 개선을 위해 그간 블리자드 개발진이 들인 노력은 국내 개발사에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블리자드는 일단 출시한 게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결국은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노력한다. 만약 여느 국내 개발사가 출시한 게임이었다면 '디아블로3'는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면 얼마 후 서비스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지속적인 피드백과 개편으로 게임 품질을 끌어올려 결국 돌아선 이용자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려놓는데 성공했다. 개발진이 핵심 콘텐츠라 생각했던 부분도 과감히 절개하고 뒤엎는 결단도 배포없이는 행하지 못할 일이다.

이같은 개발진의 진심어린 노력은 결국 통한다는 사실이다. '디아블로3'가 보여준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가 이를 증명했다. 국내 개발사들도 이번 '디아블로3' 사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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