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회의에 게임업계 대표로 참석한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각종 규제로 한국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해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규제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2011년 입법화된 셧다운제"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효자 산업인 게임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 중인 법안도 정말 필요한지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국내외로 진출하는 글로벌 사업이 되도록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운을 뗐지만, "게임 중독률이 높은 맞벌이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등에서는 셧다운제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조 장관은 규제개혁을 위한 자리의 취지를 의식한 듯, "(대통령께서) '목적이 숭고하기 때문에 이 규제는 유지해야 된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하시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규제를 폐지해 주시겠다는 말씀인지"라고 물었다. 유 장관은 "'목적이 숭고해도 폐지를 하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요?"라고 거듭 물었지만 조 장관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답하지는 않았다. 유 장관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마치 셧다운제 폐지에 여가부가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뉘앙스를 풍겼다.
여가부 장관이 '셧다운제를 폐지하겠다'고 확답하진 않았다. 하지만 행사의 취지 및 문화부 장관의 질문 등을 종합해 볼 때 여가부가 지금처럼 셧다운제 규제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조 장관의 말대로 셧다운제가 일부 취약계층에서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나, 미비한 수준이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16세 미만 게임 이용자의 게임 이용 시간은 하루 16∼20분 감소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수준"이라며 "강제적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이 국책 연구기관인 만큼 이러한 연구결과는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게임업계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또 부모들이 원할 경우 시간에 관계없이 자녀들의 게임이용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게임시간 선택제'가 병행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관련업계는 셧다운제가 폐지될 가능성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고 유진룡 장관 역시 셧다운제 폐지에 힘을 실어준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다른 규제안과 달리 콘텐츠 산업으로 뭉뚱그려 원론적인 답변을 한 점, 여가부의 '청소년 보호'라는 절대적인 논리로 무장한 점 등은 셧다운제 철폐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