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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이정웅, 청년신화인가 먹튀인가

이 보다 더 드라마틱 할 수 없다. 34살의 청년은 회사 상장 5개월 만에 1200억 원 이라는 모바일게임 사상 초유의 '빅딜'을 만들어냈다. 창업한지 4년 된 회사가 16년간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온 컴투스 보다 3배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저 그런 웹게임을 만들던 창업자는 엄청난 벼락부자가 됐고, 게임산업은 여전히 벤처신화가 탄생하는 전도유망한 산업임이 입증됐다. 오늘도 지하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청춘을 담보로 '성공'을 꿈꾸는 수많은 청년 개발자들에게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의 성공신화는 내일을 향해 달려갈 원동력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경제 관련 기사에서 이정웅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위처럼 포장돼 있다. 1200억 원이라는 돈만 놓고 본다면 이러한 '칭송'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뒷맛은 매우 쓰다. 청년재벌 탄생에 박수치고 환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성공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정웅 대표의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매출원이 게임 하나에 집중돼 있으면 상장을 허가해주지 않는 한국거래소의 방침에 따라, 하나그린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스팩'(SPAC)이란 기업을 합병해 주식시장에 우회상장 시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를 일컫는 말로, 이 제도는 국내에 2010년 도입됐다.

쉽게 말해, '애니팡' 매출이 전부이던 선데이토즈는 M&A가 목적인 스팩과 손잡고 우회상장을 한 것이다. 애당초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했을 때, 언젠가는 이정웅 대표가 지분을 M&A를 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었지만 시기가 너무 빨랐다. 3년 내 합병을 해야 한다지만 5개월 만에 이를 실행할거라 예상한 사람은 적었을 것이다.

이러한 매각은 한국거래소 규정도 어긴 것이다. 신규 상장기업의 대주주는 상장 후 1년 동안 주식을 의무 보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서둘러 지분을 팔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고개가 갸웃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고 보니 '카피캣'이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애니팡2'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상장 배경과 맞닿아 있다. 이정웅 대표는 타 게임의 성공요소를 그대로 가져오는, 누구나 알지만 도의상 하지 않는 '표절'이란 길을 택했다. 주가는 2배 이상 치솟았고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주가는 상장 때 보다 240% 올랐다.

이정웅 대표는 '무조건 성공만 하면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 자본난에 허덕여도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겠다는 수많은 개발자들과 창업자들에게 이 대표는 표절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던졌다. 개발자로서 자존심과 긍지를 버리더라도,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위상이 엉망이 되더라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식의.

대다수의 개발자들이 허탈해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곁눈질 하지 않고 올곧이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상업적인 성공을 향해 고민해 온 지난 날이 허무해지고, 앞으로는 '쉽게 가야겠다'는 체념을 심어줬을 수도 모른다.

이정웅 대표 스스로는 이번 지분매각을 '글로벌이라는 우주를 향해 가기 위해 우주정거장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전략적 연합이고 엑시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중국을 메인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표절로 얼룩진 애니팡 시리즈로 성공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를. 그리고 지분 매각대금을 자신과 같은 벤처신화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재투자 할 계획이 있는지를 말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애니팡'과 똑같은 '매일매일팡팡'이 텐센트 위챗 플랫폼으로 서비스 되고 있고, '애니팡2' 짝퉁도 여럿 있다. 다른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다, 전자는 어떻게 되더라도 후자라도 약속했음 좋겠다. 번 돈을 '정승'같이 쓴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다시 이뤄질 것이 분명하니까.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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