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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다음의 반복된 선택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게임사업을 또다시 분사했다. 지난 2003년 게임사업부를 독립법인으로 분사, '다음게임'을 출범시킨 뒤 2005년 관련사업 자체를 정리한데 이어 두 번째 행보다. 아직 뚜껑을 열지도 않았지만 과거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 성장이 미진한 게임사업에 기대를 버리고 정리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까지 게임사업 부문을 분리,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독립 법인은 자회사 형태로 분리되며 사업부 인력은 100여 명 규모로 꾸려진다. 개발 중인 MMORPG '검은사막' 등 온라인게임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이끈다는 계획. 신설 법인의 자본금, 지분율, 대표이사, 다음 브랜드 유지 등 별도 법인 설립에 대한 상당부분은 미정인 상태다.

분사를 추진 중인 홍성주 다음게임 부문장은 "게임사업 부문의 분사를 통해 경영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독립경영을 통한 권한과 책임을 확대, 공격적으로 게임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최근 CBT 등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검은사막', '플래닛사이드2', '위닝펏' 등 라인업을 분사법인을 통해 성공적으로 게임시장에 안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사업은 다음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2009년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이번 분사 결정 역시 사업 축소 혹은 정리 수순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실제 다음은 지난 2003년 게임사업을 시작해 2년 만에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당시에도 다음은 의사결정이 힘들다는 이유로 분사를 결정, 구조조정을 통해 게임사업을 분리한 뒤 2005년 지분관계를 정리했다. 비교적 간단한 형태의 웹보드게임 등을 서비스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것이 배경이 됐다. 경쟁 포털인 네이버 등과 달리 소극적인 움직임도 게임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해가 됐다.

이후 다음은 2009년 채널링 서비스를 통해 또 한번 게임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골프게임 '샷온라인'을 개발한 온네트를 인수하고, 일본 DeNA와 '다음 모바게' 플랫폼을 론칭 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매년 열리는 지스타 행사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게임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게임사업을 시작한 이래 영업손실은 늘고 있는데 반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게 컸다. 야심차게 시작한 '다음 모바게' 플랫폼은 카카오 등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온라인게임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총체적인 위기를 겪었다. '다음 모바게'는 DeNA와 잡음 끝에 플랫폼은 유지하고, 사업은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해외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게임사업을 통한 다음의 해외 로열티 매출은 극히 미비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의 지난해 매출 5308억 원 중 게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3%로 337억 원에 불과하다. 성적표가 말해주듯 현재 다음의 게임사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분사 결정이 다음에 어떤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물론 분사 결정을 통해 득을 본 업체도 있다.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 회사의 경우 게임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견고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대상은 될 수 없다. 포털과 게임사업을 동시에 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 분모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이 지난 실패 사례를 교훈삼아 게임사업에 대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 중인 신작 '검은사막'이 출시를 앞두고 있고, '플래닛사이드2', '위닝펏' 등 다수의 신작 게임이 올해 안에 공개된다. 이들 게임의 성적에 따라 다음의 게임사업도 정리되느냐, 유지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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