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의 답변처럼, 중국 자본이 국내 IT 벤처를 활성화 시키고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리스크로 인해 국내 투자사들이 외면한 기업에게 장래성만 보고 큰 돈을 투자한 텐센트가 없었다면, 지금의 카카오도 없을 것이라는 점 인정한다.
하지만 중국 자본들의 역할을 국내 벤처를 활성화 시키고, 이로 인한 수익금을 챙기는 착한 면만 본다면 너무 순진하다 말하고 싶다. 텐센트는 카카오에 720억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시점은 2012년 4월이다. 3개월 뒤 카카오는 게임하기 서비스를 시작했고 엄청난 매출을 벌어들였다.
텐센트의 투자는 기술개발나 사업방식에 대한 연구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카카오의 기술력과 잠재력이 입증된 시점에 이뤄졌고, 2년 만에 투자 수익을 5배로 키웠다. 텐센트의 이익은 투자수익 뿐 아니라, 카카오가 그동안 보유한 기술력과 사업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고, 곧 ‘위챗’이란 중국판 카카오를 만드는데 기반이 됐다. 카카오를 모바일 플랫폼으로써 입지를 다지게 해 준, 카카오톡 게임하기 모델 역시 그대로 위챗에 도입됐다.
물론 카카오가 보여준 무료 메시지 서비스가 독창적인 기술은 아니다. 텐센트가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텐센트는 투자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켰고 내수시장이 가장 큰 중국에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반대로 카카오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장벽이 됐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카카오가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음으로써 중국이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놓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같은 혈통을 지녔다 할 수 있는 밴드는 일본에서 성공했고 친 일본계 동남아 국가들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카카오는 중국이란 시장을 제쳐두고 동남아 시장을 놓고 밴드와 경쟁하는 결과가 되었다.
잘 알다시피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게임시장은 중국이다. 국산게임 ‘미르의전설’로 게임산업의 가치를 알아 본 중국은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종주국은 한국을 오래전에 앞질렀다. 중국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고 이들은 국산게임이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이 넘는 동안 이들 게임 외에 중국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국산 게임이 거의 없다.
매력적인 중국 시장에서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자만이고 착각이다. 오래 전부터 한국기업을 연구하고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 게임업체들은 국산게임 보다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최근 국내 스마트폰 게임업체에 대한 중국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지만 힘들게 연구한 것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금 투자가 활발한 이유는 중국 게임시장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올 연말부터 시작될 한-중 FTA와도 관계가 깊을 것이다.
자산업 보호를 위해 외산게임을 막고 있던 중국이 문호를 개방했을 때, 국내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전에, 자본 투자라는 이름으로 국내 기업들을 ‘입도선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