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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 마케팅도 엔씨처럼

한낮 기온이 33.3도까지 올라갔던 31일 서울. 일찍부터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상설 e스포츠 스타디움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31일부터 매주 토요일 열리는 ‘블레이드&소울 비무대회: 임진록’을 보기 위한 행렬이었다.

종종 용산 경기장을 취재했지만 이렇게 긴 행렬은 처음이다. ‘블소’ 비무대회처럼 MMOPRG 이벤트 대회나 방송 대회, 국산 리그 등을 취재해 왔지만 결승도 아닌 대회에 경기장을 몇 겹으로 둘러쌀 만큼의 인파라니. ‘블소’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더 놀랬던 것은 더운 날씨, 긴 행렬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해 입장권을 나눠주는 모습이었다. ‘블소’는 성인들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에 입장 역시 성인들로 한정시키고 있었다. 이 모습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당연한 원칙임에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엔씨소프트는 이 대회를 위해 방송용 콘텐츠를 별도로 마련했다. 방송시간이 7시이기에 성인 미만도 시청할 수 있도록 수위를 낮췄다. 캐릭터의 노출을 최소화했고 피 색깔은 검게 만들었으며 격투 시 발생하는 이펙트 효과는 자극적인 것을 피했다.

현장에는 1500명 가량의 관람객이 찾았다. 용산 경기장의 최대 수용인원은 입석 관람객 기준 최대 600명 수준이다. 좌석을 마련하면 입장할 수 있는 관객은 줄 수 밖에 없고 블소 비무대회도 앉을 자리가 마련된 상태였다.

제한된 관람공간으로 인해 오래 시간 기다린 팬들이 입장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블소 게이머들에게 즐거운 이벤트를 제공하고자 했던 취지가 장소 문제로 인해 뜻하지 않게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됐다. 다른 사례를 비춰보면 무리하게 관람객을 채워넣어 안전사고에 걱정되게 하거나, 입장을 못한 관객들은 돌려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달랐다. 인접한 CGV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발길을 돌리는 관람객이 없도록 했다. 주말 인기 영화관을 통째로 빌리는 일은 예산문제, 협의문제 등으로 현장 책임자가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관람객 운집을 예상한 엔씨측이 사전에 영화관과 협의를 거쳤고 일정 이상 관객이 입장하자 영화관을 관람무대로 만드는 기재를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현장에는 엔씨 스태프만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신분증 확인에서부터 극장 안내, 각종 불편사항 접수 등 ‘블소’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현장 곳곳을 누비며 관람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시켰다.

블소 팬들은 수준 높은 PVP 대회를 보며 마음껏 소리지르며 축제를 즐겼다. e스포츠 중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전용준 캐스터가 목이 쉴 정도로 큰 목소리로 현장을 달군 것도 수많은 팬들, 환호하는 관객들 앞이라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블소 비무대회는 MMORPG가 단순 이벤트성 경기를 넘어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대회였다. 여기에는 콘텐츠의 우수성을 넘어 대회를 바라보는 엔씨소프트의 철저한 준비가 큰 몫을 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남은 3 경기가 대회 내외적으로 얼마나 멋진 모습을 남길지 기대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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