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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여가부 장관 후보님께

4월경으로 기억된다. 버스 안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왔는데, 국회의원이 책을 읽어주는 그런 프로였다. 관심을 끌만한 온갖 소리와 영상이 진동하는 요즘에 잔잔하게 책을 낭독하는 라디오에 자연 귀가 쏠렸다. 국회의원이 책을 읽어주는 콘셉트도 특이했지만, '아이들의 인터넷 중독은 가정 내 양육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라 더 유심히 들었던 기억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해당 프로그램은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 였고, '책 읽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인 당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낭독한 것을 알게 됐다. 책 제목은 '아이의 사생활' 2권. 이 책은 EBS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게임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권위자들이 충고하는 내용을 담겼다.

내용은 이러하다.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해 보니,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취약 계층이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들 가정은 아이들과 상대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즉, 가정 내 양육태도에 따라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게임을 더 할 수도 적게 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일수록 외로움을 느낀 아이들이 의존할 수 있는 대상으로 게임과 인터넷을 더 찾는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훈육방식을 택할수록 아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더 몰입하게 되고, 이는 다시 부모로 하여금 보다 고압적인 양육방식을 택하게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EBS는 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자신이 뭔가 잘못했을 때 가장 받기 싫은 벌은 무엇일까?'라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대다수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시간을 줄인다'를 택했다.

부모는 아이들의 그러한 심리를 알기에 게임을 매개로 훈육을 시키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는 부모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순간은 따르겠지만 부모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그럴수록 더 인터넷과 게임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책을 통해 "컴퓨터 앞에서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아이들과 오히려 컴퓨터 앞에 마주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외로워서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족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와 이런 얘기를 시시콜콜 하는 이유는 책을 읽어주던 김 의원이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사이기에 개인적인 큰 과오가 없는 한 7월 인사 청문회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다. 그런 김 후보자이기에 그녀가 낭독했던 책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주고 싶다.

여성가족부는 지금까지 게임과 관련된 아이들의 훈육을 법으로 강제토록 하고 있다. 밤에는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는 '셧다운제'를 밀어붙여 시행 중이고, 신의진법 등 다른 규제안도 지원사격 중이다. 국가가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외면할 수 없지만, 부모의 양육권까지 가로채며 책에서 말한 것처럼 더 이상 대화가 필요 없는 가정을 만들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 볼 때다.

''아이의 사생활'은 김 후보자가 쓴 책도 아니고 단순히 낭독한 것을 두고 확대해석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모임까지 활발히 벌인 국회의원이 내용도 모르면서 단순히 '대독'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스운 일이 아닌가. 부모에게 역할을 찾아주고, 게임을 매개로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가정을 만드는데, 김희정의 여성가족부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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