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들이 입주한 판교 테크노밸리 면적은 661천㎡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뉜다. 동판교는 주요 게임회사가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아파트, 학교 등이 있다.
동판교는 기업형 건물들과 위락시설이 몰려 있는 유스페이스 빌딩, H스퀘어 등이 있다. 이들 건물에도 화장실은 다 있으나 점포들이 많아 경쟁이 심할 수 밖에 없다. 가깝다고 섣불리 들어갔다가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직원들을 위해 층마다 별도 화장실을 두고 손님들을 위한 로비 화장실을 별도로 마련한, 쉽게 말해 항상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화장실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회사들로는 엔씨소프트, 넥슨, 웹젠,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을 추천한다. 판교 입주 2년이 채 안된 이들 회사는 사옥을 새로 짓거나 전체를 임대한 덕에 화장실 시설이 좋다.
■ 안락한 엔씨소프트…예상치 못한 '반전' 있을 수도
엔씨소프트 화장실은 로비 안내 데스크를 마주보고 우측에 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어린이집인 '웃는땅콩'이 보이고 그 사이로 구부러져 돌아가는 길 같은 것이 보인다. 그곳을 따라 들어가면 화장실이 나온다.
게임업계 맏형답게 엔씨 로비는 상당히 넓다. 처음 여기를 찾았다면 넓은 공간에 식은 땀을 흘릴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여러 출입구 중 항상 정문만 열어 놓기 때문에 정문으로 들어가 우측으로 달려가면 된다.
엔씨 화장실은 달팽이집처럼 반원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세면대에서 화장실이 보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며, 편안한 기분이 들도록 음악이 흘러나온다. 변기는 2개이며 문을 닫으면 천장 전구가 켜지는 방식이다. 조도가 낮아 집중(?)할 수 있다.
비데는 아이젠(izen)을 사용하며 손세정제와 손타월 등 일을 본 뒤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세면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건물 관리인이 매 시간 화장실을 청소하기에 쾌적함과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엔씨 화장실은 수압이 약해 자주 막힌다는 제보가 여럿 있다. 엔씨 관계자는 "변기에 화장지를 너무 많이 넣어서 막혔다"고 반론하지만, 당시를 경험한 A씨는 "그런 일은 없다"며, "범람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보며 아찔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 깔끔한 네오위즈…도착까지 용기가 필요
네오위즈게임즈의 화장실은 깔끔하다. 세면대에는 선인장 등 관상용 식물들을 길러 화장실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느끼도록 했다. 종이타월과 세정제는 물론 갖춰져 있다.
변기는 3개이며 코웨이(coway) 비데가 설치됐다. 엔씨에서 일어날 사태를 대비해 화장실 안엔 별도 휴지통도 있다. '청결도가 떨어진다'는 감점요인이 될 순 있으나 '변기 막힘'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화장실로만 보면 네오위즈가 완벽하다. 하지만 화장실까지 가기가 힘들고, 힘들게 갔는데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네오위즈 화장실은 안내 데스크를 마주보고 오른쪽, 그곳에서 카페테리아를 지나 쭉 직진을 해야 하는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까페테리아에 앉아 있는 수많은 네오위즈인들 사이로 '아무 일 없는 냥' 지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만약 아는 사람이 반갑게 인사해 온다면?', 1초가 아까운 시간에 인사하다 보면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언급한대로 빵 등을 파는 카페테리아와 인접해 있어, 회사 직원들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운에 의존해야 할 확률이 크다는 점도 단점이다.
■ 심플한 NHN엔터…귀신 나올라
NHN엔터테인먼트 화장실은 안내 데스크를 마주보고 왼쪽에 있다. 화장실이란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가 잘 돼 있다. 화장실 가는 통로는 어두운 외벽으로 인해 햇살이 비추게끔 설계됐는데, 이는 '화장실로 인해 구원 받았다는 기쁨'을 건축학적으로 설계한 듯한 느낌도 준다.
심플하게 '나 화장실'이라고 배치된 이곳에는 3개 좌변기가 있고 청호나이스(chungho nice) 비데가 설치돼 있다. 세면대에는 당연 세정제와 종이타월이 있다. 청결도도 높다.
문제는 여기 화장실, 뭔가 '으스스' 하다. 입구를 가로막은 육중한 문부터가 부담인데 겨우 열고 들어오면,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해 마음 놓고 일(?) 보기가 힘들다. 상대적으로 좁은 화장실 구조가 그런 현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급해서 이런 것 저런 것 따지지 않고 일을 보고 나왔지만, 세면대로 가서 손 씻기까지 용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 넥슨…화장실이 어디예요?
넥슨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향 감각이 탁월해야 한다. 일단 로비 출입구가 여러 곳인데다가 정문과 후문 방향 두 곳 다 안내 데스크가 있어, 어느 출입구로 들어왔는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화장실은 '1994홀' 반대편이다. 도토리 소풍 방향으로 가면 된다.
화장실은 변기가 2개, 비데는 룰루(LooLoo)다. 세면대는 1인용이며 종이타월이 거울면 밑에 있다. 비행기 화장실을 연상시키면 이해하기가 쉽다.
안내 데스크에 화장실을 물을 자신이 없다면 넥슨 화장실은 가급적 추천하지 않는다. 넥슨이 강조해 온 '디테일'은 화장실서는 찾아보지 못했다. 다만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센스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시설도 훌륭하다고는 하나, 이 기획은 어디까지나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열린 화장실' 대상이다.
■ 넓디 넓은 웹젠…등잔 밑이 어둡다
웹젠은 아프리카TV와 함께 외곽에 위치해 있다. 판교 PDC라는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데, 여기 로비도 상당히 넓다. 한쪽 로비에는 커피숍이 있고 반대쪽은 의외로 아무 것도 없다.
흔히 화장실은 안내 데스크를 기준으로 좌우 구석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지만 웹젠만은 예외다. 그런 선입관을 가졌다간 낭패보기 딱 좋다. 화장실 찾기가 제일 어려웠던 곳이 웹젠일 정도로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
웹젠 화장실은 안내 데스크 뒤쪽에 있다. 그것도 사이에 가림막이 있어 바로 보이지가 않는다. 입구도 여러 곳이라 후문 출입구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화장실을 찾기 쉽지만 정문 출입구라면 헤맬 가능성이 높다.
변기는 2개며 비데는 없다. 외에는 다른 회사처럼 세정제, 종이타월이 있다.
■ 넥슨지티…다른 화장실 이용해요
넥슨지티 화장실은 정문 기준으로 우측에 있다. 화장실 표기가 벽에 있다만 상대적으로 적어 유심히 봐야만 한다.
변기는 2개인데 하나는 장애인용이다. 기자가 갔을 땐 장애인용은 고장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비데는 없으며 바닥에 화장지가 뒹구는 등 청결 상태가 좋지 못했다. 넥슨지티 화장실은 기자가 조사한 7군데 화장실 중 최하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회사 관계자는 "2층부터 임대해 사용하는 건물이라 1층 화장실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웹젠과 넥슨지티 등 일부를 임대해 사용하는 건물 로비 화장실은 비데가 없고 시설이 다른 곳보다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발견했다.
■ 심플한 위메이드…주변에 다른 화장실 없음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화장실은 주 기능에 특화된 모습이다. 로비에서 보면 화장실이 어딘지 금방 찾을 수 있고 ㄴ자 동선으로 깔끔하게 꾸몄다.
장애인용을 포함해 변기는 총 3개며 아이젠(izen) 비데가 있다. 종이타월, 세정제 등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춘 심플한 화장실이다. '청결도도 높으며 기능에 충실하게 설계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무엇보다 수압이 좋아 변기가 막히거나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뽑았다.
기본 역할에 충실한 위메이드 화장실은 위치가 가장 큰 이점이다. 인근에 다른 게임회사 화장실이 없다. 엔씨 화장실이 가장 가까운데 이마저도 최소 5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당신의 위치가 이 인근이라면 다른 곳 생각할 필요 없이 위메이드로 고고씽.
■ 이게 뭔 짓인가 싶지만
'뭔가 특색 있는 기획을 해보자'며 화장실 특집을 제안했을 때, 기자를 정상으로 생각하는 동료들은 없었다. "왜 재미있잖아"라며 응수했지만 판교 기온이 30도를 웃돌던 6월 화장실을 뒤지고 다니는 나를 보며 동료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휴대폰 카메라로 화장실을 촬영하려면 아무도 없을 때나 가능했다. 안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려니와 셔터음에 변태로 몰릴 가능성도 컸기 때문이다. 우연히 만난 홍보담당에게 "화장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가 당황하는 모습에 추가적인 설명을 해야만 했다.
이번 취재로 알게 된 점은 앞서 언급한대로 임대건물 로비 화장실은 대체로 시설이 떨어진다. 관리 문제로 비데 등을 설치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중 화장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또 화장실이 정말 급하면 시설이고 뭐고 안 보인다. 가장 가까운 화장실이 가장 좋은 화장실이다. 이것이 진리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