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파티'를 주도하면서 게임업계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해 온 김상민 의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의 정치적 스승이자 동반자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이기에 게임에 대해 우호적일 거란 믿음도 있다. 20-40대 세대를 대표한다는 그의 홈페이지 대문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포옹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시점이 너무나 절묘하다. 딱 일주일 뒤인 7월 14일 새누리당은 3차 전당대회를 연다. 전당대회는 당 강령과 당헌을 개정하고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며, 대통령 후보자를 지명하는 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 최고위원 후보로 지난달 11일 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그가 2년 만에 여권 실세가 되기 위한 모험을 한 것이다.
김 의원의 공약은 대부분 청년에 맞춰져 있다. 혁신과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젊은 보수층을 집결시켜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 전략으로 청년당원 3만 명을 확보해 젊은층 지지율을 10%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 의원이 정당대회 출마선언을 한 지난달 11일은 크레이지파티 2회 토론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일주일 뒤인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정당대회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40세 이하 청년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정당대회는 유권자 투표 70%와 여론조사 결과 30%를 반영해 당 대표와 최고 대표 4인을 뽑는다. 젊은 보수를 지향하는 김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젊은층이 환호할만한 '셧다운제 폐지법'을 내세워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모한 도전으로 봤던 기성 정치인들도 그의 탁월한 여론전, 그로 인한 젊은층의 지지에 놀라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확실히 젊은 층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김 의원이 젊은 층에 집중한 이면에는 e스포츠협회장을 하며 차기 유권자인 10-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전병헌 의원이 역할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값 등록금' 이슈를 새누리당 공약으로 부각시킨 지난 대선처럼,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목적과 의도가 어떻든 개인적으로 김 의원이 최고 의원으로 당선돼, 여권 내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는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한다. 본인이 밝혔듯 변화와 쇄신을 위한 행보가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
'정치적 쇼'로 끝날 수도 있다. 국회에 잠든 법안이 어디 한 두 개 말인가. 그럼에도 정치권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그 게임을 좋아하는 잠재적 유권자를 신경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 게임업계는 지금보다는 더 좋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쇼'로 끝나더라도 김상민 의원이 전당대회서 파란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