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협회)를 원망하는 소리도 들린다. '숱한 규제가 난무하기 까지 협회가 한 일이 뭐냐'는 말이다. 대정부 교섭에 실패했으니, '책임을 져라'는 것이다.
협회에 대한 쓴소리는 내부 보단 외부에서 나온다. 협회를 비난하는 상당수 발언들은 커뮤니티에 강한 개발자, 경력은 오래됐지만 막 회사를 만든 이들이 주도한다. 그들의 주장은 SNS를 통해 파급력과 설득력을 갖는데, 보고 있노라면 당장 협회를 어떻게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들린다.
물론 협회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심점도 없고 회원사들이 각자의 이익에만 매몰되다 보니,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이익과 공익에는 둔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구조적인 한계이고 협회 혼자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무능이 협회의 게으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님은 다들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들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싸움판 밖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 또한 협회 회원사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망각한 채 관찰자 시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어느 산업군에도 다 있고, 협회의 힘이 곧 그 산업군의 영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회원사의 수, 조직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어떤 협회가 대관 외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는가.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판 안으로 들어와, 회원사의 위치에서 할 말을 하라는 것이다. 협회에 회원사로서 힘을 실어주지도 않은 상황에서 밖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도움도 안 될 뿐더러 보기에도 좋지 않다.
게임과 관련된 규제는 모든 게임사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회원사든 아니든 모두에게 불이익과 혜택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협회가 가져온 혜택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무임승차다.
미우나 고우나 아케이드를 제외한 대표 협회는 하나다. 모바일 게임붐을 타고 창업한 회사가 적어도 백 개는 될 텐데, 여전히 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회원사수는 77개다. 게임사업을 한다면 무조건 협회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일단 협회에 힘부터 실어줘야 제대로 싸울 것 아닌가. 비난은 그 이후에라도 늦지 않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