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켓챌린지는 미국루게릭병협회(ALS)가 루게릭 환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으로 시작된 캠페인이다. 얼음물을 뒤집어 쓴 뒤, 세 사람을 지목하면 그 사람들도 얼음물 세례를 받거나 100달러를 ALS에 기부하는 방식. 유명 연예인, 정치인, 스포츠선수에 일반인까지 가세하면서 폭발적인 퍼져나가고 있다.
MS 빌게이츠 창업자,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창업자, 구글 래리 페이지 대표, 애플 팀국 CEO 등 글로벌 IT기업 창업자와 경영자들도 가세했으니, 조만간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나 넥슨 김정주 창업자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엉뚱하고 기발한 캠페인은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이끌고 있지만, 국내서는 아직까진 놀이의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 친분이나 자신의 유명세를 과시하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는, 국내선 아직 기부와 관련된 어떠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캠페인 규칙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면 기부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얼음물 샤워 뒤에 기부까지 진행했다. ALS는 보름 만에 77억 원의 모금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참가자들이 캠페인의 취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즐겁게 얼음물로 망가지고 선뜻 기부까지 했다는 뜻이다.
겸손이 미덕인 한국에서 기부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더 문제다.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이 캠페인의 취지를 잘 살리고, 게임업계의 이미지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리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청년 재벌이 된 이정웅 대표가 얼음물을 뒤집어 쓰면서 망가지는 모습도 좋지만, 훈훈한 기부를 했다는 소식도 알려진다면 본인과 게임업계 이미지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겸손인지, 부끄러움인지, 아니면 그냥 즐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케팅에 도가 턴 게임업계가 이러한 호기를 그냥 넘기기엔 아쉽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다.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캠페인 참여자는 소탈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 선의만 가득한 이 일에 굳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할 필요 있을까.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