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말 많고 문제 많은 게임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행보로 보인다. 분명 이번 개선안은 잇딴 규제로 인해 가중된 게임 업계의 불만을 달래고, 그간 강제적 셧다운제의 문제로 지적받던 부모의 양육권 침해 논란까지 잠재울 '똑똑한' 한 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내면을 깊이 살펴보면 게임업계에는 어떠한 이득도 없는 '조삼모사'식 대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개선안으로 인해 혹여 게임업계가 들떠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우선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언급된 '부모선택제'는 앞서 강제적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실효성 논란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는 "자녀들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위해 셧다운제 제한을 풀어줄 부모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되려 부모 계정을 도용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해금'하는 청소년의 숫자만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앞서 강제적 셧다운제 때도 똑같이 지적된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끈을 못내 놓지 못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내 모든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으로 인해 그 강제성을 상실하면서 부모가 임의로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규제가 돼 버렸다. 법안의 핵심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정말로 실제했다면, 여가부가 이같은 궁여지책을 내놨을지 의문이다.
즉 여가부는 이같은 옹색한 개선안을 내놓는 대신, 선택적 셧다운제로 단일화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옳았다. 그럼에도 굳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붙들고 있는 까닭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추진하며 확보한 게임산업에 대한 장악력을 잃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쥐고 있겠다는 분석이다.
결론은 한 가지다. 실효성 없는, 허울 뿐인 규제인 강제적 셧다운제를 철회해야 한다. 이날 여가부는 문화부와 게임업계,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게임 규제 및 기존 규제에 대한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고 밝혔다. 특히 셧다운제 철회를 포함한 모든 논의도 허용된다고도 강조했다. 게임업계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업계 의견을 취합하고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해 규제 철폐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