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히트에 힘입어 일약 스타 개발사로 발돋움한 데브시스터즈(공동대표 이지훈, 김종흔)가 17일 공시한 투자설명서 중 '핵심투자위험'에 언급된 내용이다. 2013년 4분기 매출 200억 원에 이르던 '쿠키런' 국내 실적이 지난 2분기 100% 감소한 100억 원에 머문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올해 1월 해외 시장에 론칭한 '쿠키런' 매출이 향후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의 전망과 달리, '라인 쿠키런'의 글로벌 매출 누수는 일찌감치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매출의 98% 비중을 차지하는 간판게임 '쿠키런'에 이상징후가 포착됐다는 얘기다. '쿠키런' 단일 성과에 힘입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데브시스터즈의 주가 향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흥행작 '라인 쿠키런'…'콘크리트' 인기에 금 가
올해 1월 라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론칭된 '라인 쿠키런'은 출시 직후 일본·대만·태국 등 10개 국가의 무료 게임 순위 1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대만과 태국에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를 순차적으로 석권하며 '국민 모바일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앱스토어 23위(2월 28일), 구글플레이 19위(3월 6일)를 달성해 글로벌 흥행작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 시장에서 순항하던 '라인 쿠키런'의 '콘크리트' 인기에 금이 간 시점은 지난 6월 경. 출시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다. 특히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앱 분석 업체 앱애니(App Annie)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본 앱스토어 매출 순위 20~30위를 횡보하던 '라인 쿠키런'은 6월 들어 40위 바깥으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7월에는 50위로 하락하더니 급기야 8월에는 103위로 내려앉았다. 두 달 새 80계단 가까이 순위가 급락한 것이다. 16일 '라인 쿠키런'의 앱스토어 성적은 145위에 머물렀다.
일본 구글플레이에서도 유사한 순위 변화가 감지됐다. 5월 말까지 30위 권을 유지하던 '라인 쿠키런'은 6월 들어 40위 권에 내려앉은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구글플레이 순위 107위까지 떨어지며 하락곡선이 심화됐다 . 사실상 매출 선두권에서 멀어진 것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한층 빨리 '라인 쿠키런'의 생명 주기가 소진됐다. 3월 말 미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73위에 올랐던 '라인 쿠키런'은 5월 들어 350위 권 바깥으로 밀리더니 8월 말에는 1200위 바깥으로 하락했다. 9월 16일에는 1500위 안에도 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평가받는 일본과 미국에서의 '라인 쿠키런'의 영향력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국민 모바일게임으로 통했던 태국·대만에서의 입지 역시 예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태국 구글플레이 출시 이후 줄곧 매출 1위를 수성해 왔던 '라인 쿠키런'은 16일 11위로 내려앉아 '톱10'의 자리까지 내준 상태다.
현지 앱스토어에서도 지난 6월 20일 처음으로 매출 2위로 하락하며 정상에서 밀려난 '라인 쿠키런'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 16일에는 13위에 머물렀다. 대만 역시 앱스토어 16위, 구글플레이 14위로 하락(16일 기준)한 것으로 파악돼 초기의 명성을 상당부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라인 쿠키런'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약화는 모바일 RPG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생명 주기가 짧은 캐주얼게임(횡스크롤 러닝)이라는 점, 서비스 장기화 및 유사 경쟁작의 시장 진입 등 악재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데브시스터즈가 공시한 투자설명서에도 "러닝게임은 단순하고 간단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타 장르 게임보다 유사게임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장르"라며 "만약 당사 게임과 유사한 러닝게임이 출시돼 운영될 경우 당사의 매출 및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돼 있다.
또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다수의 경쟁자들의 진입과 다수의 신규 경쟁자들이 비슷한 장르의 신규 게임을 출시하면서 점차적으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전한 바 있다.
◆'쿠키런' 글로벌 순위 급락이 갖는 의미
'라인 쿠키런'의 글로벌 순위 급락은 쉽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데브시스터즈의 향후 성장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가 밝힌 올해 상반기 매출 437억 원 중 해외 매출은 이중 42%에 해당하는 181억 원 수준.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데브시스터즈의 해외 매출에 이상이 생긴다면 이 회사의 주가 '우상향'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에따라 다음 달 6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데브시스터즈의 매출 다각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데브시스터즈는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쿠키런'의 후속작 '쿠키런2'를 연내 선보이고 '쿠키런' 관련 상품 출시 확대 및 신규 IP 게임도 개발해 매출 다각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쿠키런'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현지 퍼블리셔인 아이드림스카이를 통해 '쿠키런'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텐텐쿠파오' 등 '쿠키런'과 유사한 여러 횡스크롤 러닝게임이 이미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안착한 데다, 유사 게임이자 후발 주자인 '쿠키런'이 이 틈을 비집고 현지 시장서 흥행을 거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단일 게임에만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데 실패한다면,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낙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라인 쿠키런' 글로벌 매출 누수 소식이 오는 24일 시작될 데브시스터즈 주식 공모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오는 18일부터 이틀 간의 수요 예측을 거쳐 24일부터 이틀 간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총 공모 주식수는 270만 주로, 주당 공모희망가는 4만3000원에서 최대 5만 원 사이다. 회사 측은 이번 공모를 통해 최대 135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