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종목 중 가장 인기 있는 야구, 그것도 금메달을 다투는 결승전이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바로는 이날 MBC 시청률은 11.9%가 나왔다. 슈퍼셀의 이날 광고비로 얼마나 집행했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역대 공중파 게임광고 중 최고를 기록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슈퍼셀이 처음부터 도입한 것이었다. 효과도 물론 있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함과 동시에 '클래시오브클랜'은 구글매출 순위 10위에 안착했다. 야구 결승전 광고 뒤인 27일 4위로 밀려났던 매출은 2위로 올라섰다.
모바일게임이 대중화 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도 주목되고, '쓴 만큼 번다'는 공식도 통하게 된 세상이긴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공중파 광고가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부각되는 요즘,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을 바라는 개발자는 '바보' 소리 듣기 딱 좋은 세상이 된 것 같아 그렇다.
오픈마켓이 생긴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 성공을 했고, 부자가 됐다. '아이디어만 있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 믿음에 따라 수많은 젊은 벤처가 탄생했다. 그렇게 성공한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를 보며 다른 이들도 성공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 모바일 게임시장은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자본력의 척도가 성공의 전제조건이 됐고, 더 이상의 선데이토즈 같은 회사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막연한 희망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모바일게임을 개발해 온 수많은 벤처 종사자들은 어제 공중파 광고를 보며 이를 사무치게 느꼈을 것이다.
피처폰 시절처럼 '자뻑 마케팅'을 제안하는 선수(?)들도 보이고, 게임 출시 후 처음 마케팅 물량에 대한 최소환의 기준이 마련되는 요즘 풍경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던 '엘도라도'를 불과 4여 년 만에 망쳐버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스마트폰 게임시대가 오고 창업한 벤처가 1000여개 넘었지만 매년 수백개씩 사라지는 것도 이러한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을 넓히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지만,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무차별 마케팅은 자제돼야 한다. '남들이 하기에 한다'는 식으로 너도나도 공중파에 매달리다가 영업이익 바닥으로 친다면 그 원인을 또 구글과 애플, 카카오로 돌릴 것인가.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