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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소업체 인수한 대형 게임사들 잇단 실패, 왜?

[기획] 중소업체 인수한 대형 게임사들 잇단 실패, 왜?
급성장한 모바일게임 시장 편승을 위해 대형 게임업체가 소규모 모바일 업체를 인수 혹은 투자했으나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친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모바일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대형 업체 특유의 느린 의사 결정 구조와 모바일게임의 성공 불확실성이 실패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은 2012년 7월 카카오 게임 등장 후 급속도로 성장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안착을 위해 중소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엔씨소프트는 핫독스튜디오를 인수했고 넥슨은 2012년 10월 일본 모바일게임 업체 글룹스 지분 100%를 365억 엔에 매입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엔펀 등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과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1월 자본금 200억원을 출자해 오렌지크루를 설립했고, 한 달 뒤 모바일게임업체 게임크루를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 4월 손자회사인 링크투모로우를 자회사 조이맥스와 합병시켰고, 스마일게이트는 선데이토즈 지분 20%를 인수하며 모바일게임 쪽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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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인수 전략을 취한 대형 게임업체들 중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곳이 단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월 엔씨소프트의 핫독스튜디오 청산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7월 핫독스튜디오의 경영권 및 지분 58.3%를 35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2년 11월 출시한 '모두의게임 for Kakao'가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이후 출시한 신작 라인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영이 악화, 급기야 회사를 청산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M&A(인수합병)로 규모를 키워온 넥슨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온라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넥슨은 지난해 3월 스타트업 모바일업체 엔펀과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초 '캔디코스터 for Kakao'를 출시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이후 출시한 '빨간마후라 for Kakao' 역시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엔펀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1월 200억 원의 출자금을 바탕으로 오렌지크루라는 모바일게임 개발 자회사를 설립했다. 한 달 뒤 중소업체 게임크루까지 인수하면서 모바일게임 사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렌지크루의 2012년 영업손실은 94억 원에 달했고, 매출은 10억 원에 그쳤다. 오렌지크루에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최근 오렌지크루는 NHN스타피쉬로 사명을 변경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자회사 조이맥스와 손자회사 링크투모로우를 합병시켰다. 링크투모로우가 개발해 '대박'을 낸 '윈드러너'의 후속작 출시를 앞두고 단행한 합병이었다. '윈드러너'는 모바일 러닝 게임의 지평을 연 게임으로 평가받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한 게임이다. 그러나 '윈드러너2'는 전작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윈드러너2 for Kakao'의 출시 후 매출 흐름 현황(이미지 캡처=앱애니).
'윈드러너2 for Kakao'의 출시 후 매출 흐름 현황(이미지 캡처=앱애니).

다른 사례도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3월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당시 업계는 '애니팡'의 인기를 이용해 자사 모바일게임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선데이토즈 지분 인수 후 출시한 '원티드'의 흥행이 지속되지 못했고, 최근 '애니팡'과의 크로스 프로모션을 진행한 '데미갓워 for Kakao'도 1일 기준 구글 플레이 순위 38위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티드 for Kakao'의 구글 플레이 매출 흐름 현황(이미지 캡처=앱애니).
'원티드 for Kakao'의 구글 플레이 매출 흐름 현황(이미지 캡처=앱애니).

이같은 실패는 대기업 특유의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 즉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업체의 경우 의사 결정이라고 할 것도 없이 직원들이 모여 합의만 하면 신속히 결정이 이뤄진다. 그러나 중소업체가 대기업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는 복잡한 결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게임을 기획했다 하더라도 모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세세한 부분마다 결재를 받아야 하고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게임 생태계에 곧바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또 개발자들이 의도한대로 게임이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은 것이다.

대형 게임업체와 함께 일을 했던 중소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특성상 빨리 출시가 되야 하는데 의사 결정이 오래 걸리더라"며 "작은 회사일수록 자금력이 부족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시간이 돈인데 한 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업체 합병을 통해 성공하기가 힘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성공 확률이 낮다는 모바일게임의 특수성이다. 특정 개발사가 하나의 성공작을 내더라도 차기작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대표적인 예가 로비오의 '앵그리버드'다.

[기획] 중소업체 인수한 대형 게임사들 잇단 실패, 왜?

로비오는 누적 다운로드 20억 건의 글로벌 히트작 '앵그리버드' 이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52% 감소한 3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결국 실적 부진을 이유로 최근 로비오 창업자 미카엘 헤드가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모바일게임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대형 게임사가 기술력만으로 중소개발사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과 비교해 기술적 장벽이 낮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중소업체나 대형 업체나 개발력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어드밴티지도 없다는 게 위 교수의 설명이다.

위 교수는 "대형 게임사가 중소개발사를 인수해 성공을 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며 "대부분의 대형 게임사가 아웃소싱을 하거나 중소개발사를 상대로 계약금만 걸어 놓는 것은 게임의 완성도를 보고 선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 교수는 "중소개발사를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대형 게임사가 중소개발사를 인수하고자 할 때는 기획력과 그 기획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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