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서럽게 운 기억이 난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인데 오해를 사서 엄마에게 혼났는데 억울함에 자꾸 눈물이 났다. 야단을 맞는다는 자체보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더 미웠고 일을 이렇게 만든 동생이 괘씸해 한동안 말도 안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주 게임업계 핫이슈는 박주선 의원이다. 보도자료를 3차례나 내놓은 박 의원실을 보면서 '참 억울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지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역차별 받지 않게 해외 업체들에 대한 감시 기능을 다하라' 였는데, 애꿎게 불똥이 튀었다. 예로 든 '스팀'은 박주선과 함께 완성형 검색어가 됐고 홈페이지에는 비난이 난무했다. 졸지에 게임도 모르면서 규제를 하려는 국회의원으로 낙인이 찍혔고 조롱거리가 됐다.
의원실이 철저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주장을 폈어야 하는 비판은 합당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더 세심하게 살펴야 했고,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네이버를 서비스 하는 것이 NHN엔터'라는 잘못된 표현 때문에 박 의원이 주장하려는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의원실이 3번에 걸쳐 보도자료를 내면서 일부 매체들의 주장을 반박한 이유도,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닌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게임업체 편들어 주겠다는데, 게임업계가 싫다고 하니 억울하고 답답했을 수 밖에.
박 의원실의 주장은 '스팀을 막아라'가 아니다. 게임법상 국내서 게임을 서비스 하려면 심의를 받도록 돼 있고 한국업체들은 다 받는데 왜 외국업체들은 예외로 두냐는 것이다. '스팀'이란 잘못된 예를 들긴 했지만, 해외 게임들의 국내법 예외적용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페이스북 게임도 무단으로 서비스 돼 왔고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이 국내업체들과 '동등하게 심의를 받거나, 현실적으로 심의가 어려우면 법 조항 자체를 고쳐라'는 것이 박주선 의원의 주장이다.
박주선 의원은 '한류 수출의 일등공신인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5선 의원이자 전병헌 의원과 친한 박 의원은 친(親) 게임업계 인사로 통한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판 감시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차기 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신빙성 있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번 사태는 계속된 규제로 노이로제에 걸린 게임업계가 과민 반응해 생긴 일이다. 신경증이 심해져서 피아도, 주객도 구분하지 못한 해프닝이다. 대신 대가는 박주선 의원과 보좌관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남겼다.
구심력이 없어 늘상 정치권에 휘둘리고, 실력 있는 대관외교를 할 인재도 갖추지 못한 게임업계다. '대정부, 대국회 교섭능력을 높이지는 못할 망정, 아군이 돼 주겠다고 찾아온 사람에게 '무식하다'는 이유로 면박을 줘서 되겠는가. 국회의원은 자존과 자긍을 중히 여기는데, 이번 사태로 박 의원이 게임업계의 따뜻한 시선이 차갑게 식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