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문제가 있는 감청영장에 저항하고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이 대표의 모습은 비장했으며 지사적인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사이버망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에선 카카오톡을 쓰며, 회사 매출도 견고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검열사태가 창사이례 가장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인터넷 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이고 개별 회사보다 뭉쳐서 대응하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해지는 건 과연 '카카오가 이들 협회의 회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냐'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정부조직개편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자, 모바일 게임업체 10여 곳을 모아 '스마트모바일서비스협회'(이하 스모협)을 발족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ICT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미래부에 힘이 쏠릴 때였고, 카카오 역시 미래부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과거 정통부와 문화부가 게임산업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하던 그 시절을 벤치마킹 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이석우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에 관한 의지가 강하고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여기에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며 "기존 인터넷 분야와는 다른 모바일 분야 이슈에 맞춰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협회 설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모협은 출범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냥 이름뿐인 협회였고, 회원사들은 자신들의 이득만 챙겼다. 가장 혜택은 본 것은 회장사인 카카오였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단체를 조직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시키고 소비자를 위한 바른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협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에 위해가 생겼을 때만 단체 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이 곱게 보겠는가.
이 대표가 공동의 문제, 공동 대응이란 말을 했을 때 느꼈던 이질감은, 회장사임에도 번번한 역할을 하지 않은 스모협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비난이 쏠린 이 상황에서 주변으로 도움을 청하는 카카오의 모습에서 '얌체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중요하다. 카카오는 모쪼록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한 다음, 스모협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하도록 회장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