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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모협, 무엇을 위한 협회인가

지난 20일 다음카카오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맞서,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자신이 처벌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인터넷 검열 문제가 카카오톡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한국인터넷협회, 게임협회 등 협단체와 힘을 합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법적 문제가 있는 감청영장에 저항하고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이 대표의 모습은 비장했으며 지사적인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사이버망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에선 카카오톡을 쓰며, 회사 매출도 견고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검열사태가 창사이례 가장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인터넷 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이고 개별 회사보다 뭉쳐서 대응하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해지는 건 과연 '카카오가 이들 협회의 회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냐'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정부조직개편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자, 모바일 게임업체 10여 곳을 모아 '스마트모바일서비스협회'(이하 스모협)을 발족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ICT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미래부에 힘이 쏠릴 때였고, 카카오 역시 미래부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과거 정통부와 문화부가 게임산업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하던 그 시절을 벤치마킹 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이석우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에 관한 의지가 강하고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여기에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며 "기존 인터넷 분야와는 다른 모바일 분야 이슈에 맞춰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협회 설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모협은 출범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냥 이름뿐인 협회였고, 회원사들은 자신들의 이득만 챙겼다. 가장 혜택은 본 것은 회장사인 카카오였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단체를 조직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시키고 소비자를 위한 바른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협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에 위해가 생겼을 때만 단체 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이 곱게 보겠는가.

이 대표가 공동의 문제, 공동 대응이란 말을 했을 때 느꼈던 이질감은, 회장사임에도 번번한 역할을 하지 않은 스모협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비난이 쏠린 이 상황에서 주변으로 도움을 청하는 카카오의 모습에서 '얌체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중요하다. 카카오는 모쪼록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한 다음, 스모협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하도록 회장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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