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일 내가 현장에 있지 없었나 싶어 계속 검색을 해봤다. 기억처럼 2013년 5월에 발표하겠다는 기사는 보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문화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도자료를 다 뒤져봤다. 2008년 유인촌 장관시절 발표한 2차 계획에 관한 보도자료는 있었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제3차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안을 1년이 지난 지금도 수립하지 못했다니!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안은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을 강화하고 게임산업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자,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발표해왔다. 2차는 ‘2012년까지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진입’이 목표였다. 예정대로라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계획이 벌써 마련돼야 옳다.
그런데도 정작 주무부처도 관련업계도 이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규제만 강조해 온 정부와 그런 정부에 기대가 없는 업계가 산업진흥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중장기 계획안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3조에 명시돼 있는 강제조항이다. 그 1항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이라 한다)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고포류 사행화 방지대책과 셧다운제 재심사를 놓고 문화부가 바쁜 시기를 보낸 것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진흥’이란 이름을 딴 법에도 명시된 이 사항을 정작 주무부처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명백한 직무유기며, 법 위반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이 세계를 호령하고, 역으로 한국에 수출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게임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손 놓고 있을 때, 중국 정부는 2012년 ‘12차 5개년 문화산업 배증계획’을 수립해 2015년까지 중국 게임산업 규모를 2000억 위안(한화 약 36조3000억 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 아래 착실히 실행 중이다.
이름은 ‘진흥법’ 이지만 규제 조항이 더 많아지고, 현실성이 없더라도 관심이라도 느낄 수 있던 계획안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보노라면, 현 정부가 게임산업을 어떠한 눈으로 보고 있는지 명확하게 느낄 수 있어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제3조에 대한 벌칙조항은 없다. 시기도 명시된 것은 아니다. 문화부가 내년에라도 계획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바뀌고 지형이 변화하는 게임산업이다. 문화부가 손을 놓은 1년 동안 한국 게임산업은 많은 굴곡을 겪었다. 그 잃어버린 1년, 어떻게 보상할 것이란 말인가. 올해도 채 2달도 안 남았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