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는 꼭 구입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지장이 없지만 구입해서 강화에 성공할 경우 게임 진행에도 도움이 되고 뭔가 성취감을 느끼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에게 강력한 캐릭터나 장비를 과시할 수 있도록 해 매출을 올린다.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애착을 갖고 즐기는 게임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서비스 종료되는 사태가 오지 않아야 한다는 명분(?)에 남들과는 다른 보다 더 강력한 캐릭터를 키우겠다는 순간적인 욕심으로 월 충전 한도를 꽉 채우곤 한다.
강화 아이템은 항상 확률이 문제다. 개발사가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사가 확률을 공지하는 경우 대부분 이용자가 느끼는 체감 확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각종 이벤트다 뭐다 해서 성공 확률을 2배, 3배로 늘린다고는 하는데 제로에 수렴하는 체감 확률에 2를 곱한다고 한들 제로에 수렴하는 건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기자도 즐겨하는 게임이 있고, 확률형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구입한다. 확률형 아이템을 사고 다 소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도 되지 않지만 강화 성공 여부에 따라 적어도 며칠간의 기분이 좌우된다(대부분은 아무 효과 없이 끝나 저기압이 되곤 한다).
사실 강화 아이템 확률을 너무 높이는 건 개발사 입장에서 모험과도 같을 것이다. 스토리나 게임 전개보다는 캐릭터와 아이템 강화가 대부분 게임의 엔드 콘텐츠가 된 상황에서 강화 확률을 높이는 것은 게임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강화가 완료된 캐릭터나 장비를 구축하고 나면 사실 게임 안에서 새로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최근 개발사들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나 목표 제시보다는 현저히 낮은 확률성 아이템 상품 개발에만 혈안이 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든다. 이용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기분이 나빠지는 구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여러 번의 실패 뒤에 오는 한 번의 성공은 이용자들에게 적지 않은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실패가 계속 이어지면 지쳐 떨어져 나가는 이들도 있을 수 있는 법. 극악 확률의 상품 매출에 의존하기보다는 이용자들이 기분 좋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하는 일이 바람직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