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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회사가 잘 하는 것

지난 30일 일요일 아침 7시. 직장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휴일 아침잠을 포기하고 TV를 켰다. SBS 다큐멘터리 '게임의 재발견'을 보기 위해서다. 청소년의 공부를 방해하고, 정상인을 병들게 한다는 게임이 '착한' 역할도 한다는 것을 담은 것이다.

소위 '게임밥' 좀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내용이었다. 게임으로 병을 이겨내고 인간의 뇌 지도를 완성하며,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게임업계가 주장해 온 내용이다. 다만 그것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입증이 되고, 게임을 활용한 사례를 알기 쉽게 풀어낸 것, 더군다나 게임 때려잡기에 힘 써온 공중파가 '게임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신선했다.

게임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바로잡고 게임의 선한 기능에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만으로 게임업계에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역할에 정작 한국의 큰 회사들이 일조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용 게임을 만든 이수인 대표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만든 중소기업들은 사실 게임사업으로 큰 이득을 본 이들이 아니다. 소아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리미션' 역시 국내 게임업체들과는 무관하다.

그 뿐이냐, 모바일 게임을 통해 나무심기 학교대항전을 펼친 것도, 안전운전 네비게이션을 만든 것도 우리가 알법한 게임회사가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게임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한다. 특히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면 연탄도 나르고 구호품도 전달하며, 아이들도 돌본다. 그런데 이것이 정작 게임회사들이 해야만 하는 사회공헌 활동인지는 의문이다.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사업의 정당성을 찾는 길은 바로 앞서 언급된 교육적이거나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재능기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펼치는 일은 의미가 크다. 엔씨문화재단은 저세계 기아퇴치와 지적장애인의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프리라이스'는 영단어나 문법, 사회지리, 예술 등 상식을 익히면서 자동으로 쌀을 기부할 수 있고, 'My First AAC'는 의사소통을 보조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을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엔씨 치고는 이들 프로그램의 게임성은 다소 조악하다. 교육과 재미, 기능성과 게임성은 양립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만, 이러한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되묻고 싶다.

큰 회사들이 공적 기능이 강화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 한다면 굳이 미국이나 일본의 선한 게임 사례를 들면서 대중들을 설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게임회사가 잘 하는 것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다할 때, 분명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걷히고 게임 종사자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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