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의 선전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언급한대로 게임사업과 연이 없었던 다음은 (비록 다른 게임은 기대 이하지만) 검은사막으로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다음은 카카오라는 든든한 아군을 얻었음에도 모바일과 온라인을 분리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온라인 게임을 성공시켜본 온네트 출신들에게 기회를 부여해 보란 듯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이 답’이라고 믿는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검은사막은 여전히 온라인 게임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있고, 온라인 게임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확률형 아이템과 합성, 강화 등으로 일 매출 몇 억씩을 올리는 모바일 게임의 흥행 공식과 달리, 검은사막은 짜임새 있는 콘텐츠와 과하지 않는 유료화 모델로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게임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것이다.
오픈마켓이 국내에도 열리고 ‘앵그리버드’ 등 글로벌 히트작이 하루에 수십억을 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모바일 게임시장은 엘도라도처럼 성공이 보장된 곳처럼 보였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 덕에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모바일을 쫓아 이천개 이상의 벤처가 생겼다. 이 중에는 정말 성공한 파티게임즈와 데브시스터즈 같은 회사도 물론 있다.
없던 시장이 생기고 새로운 성공신화가 만들어진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애초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되지 않았던가. 오픈마켓이 1인 개발자에게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건 그야말로 옛말이다. 개발비가 적게 들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모바일의 장점이 수백억씩 공중파 마케팅을 하는 지금 모바일 시장에서 먹힐까.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은 업계가 더 잘 알 것이다. 너도나도 해보자고 했던 모바일 사업에서 초기 반사이익을 누린 카카오 키즈와 막대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넷마블을 제외하고 성공한 회사가 어디에 있는가. 2000여개가 넘던 모바일 벤처가 올해 들어 몇 백개로 줄어든 것도 이러한 시장환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만들지 말고 온라인 게임을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유행과 흐름을 쫒기보단 확실한 소신과 믿음을 갖고 잘하는 것을 하길 바란다. 검은사막을 만든 신생 개발사 펄어비스는 5년 이상 이 게임에 투자했다. 투자금에 쪼달릴 수 밖에 없는 신생 회사가 몇 개월만에 만든 모바일 게임으로 하루에 수억씩 버는 것을 보면서도 갈 길을 가지 않았던가. 유혹과 고민, 갈등을 이겨내고 태어난 검은사막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뿌리 내리길 기대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