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등급의 캐릭터를 갖고 있던 두 친구의 화제는 얼마를 썼는지로 넘어갔다. 하지만 금액 차이가 상당히 컸다. 적은 돈을 쓰고도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가진 친구는 많은 돈을 들인 친구를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으면서 기분 좋게 술잔을 비웠다.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뽑기 아이템이다. 일정 확률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등장하지만, 말 그대로 '일정 확률'일 뿐이다. 운이 좋으면 만 원만 결제해도 좋은 캐릭터를 손에 넣지만 그 반대일 경우 10만 원을 써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9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 안에 드는 게임들 중 무려 8개의 게임에 뽑기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용자는 원하는 캐릭터 혹은 아이템을 갖기 위해 결제를 하고, 뽑기를 시도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여러 번 결제를 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카드를 뒤집거나 상자를 열었을 때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그리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쾌감은 뽑기 시스템만이 주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매번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업계 차원에서 자율규제를 선언했다. 유료 아이템 과소비 제한 및 합리적인 소비 유도를 위한 규제를 업계 스스로 하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자율 규제가 제대로 시행 될지는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에도 뽑기 아이템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사라진 바 있다.
협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시스템 등을 개편해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간다고 밝혔지만 게임업체들의 자발적인,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뽑기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원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게임업체들은 자각해야 한다.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결제를 했다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접는 이용자도 많다. 차라리 돈을 쓴 만큼 강해지는 결제 시스템이라면 더욱 환영 받지 않을까. 같은 돈을 쓰더라도 만족감은 다를테니.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