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니슨은 자신의 영지가 약탈 당하는 것을 보고 '네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널 찾아낼 것이다'라는 영화 속 명대사를 던진다. 리암 니슨은 진지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참 흥미롭다.
광고에 등장하는 리암 니슨의 ID는 '앵그리니슨52'다. 리암 니슨이 52년생이라는 점과 게이머가 아이디를 만들 때 맨 뒤에 자신의 생년을 붙이는 흔한 예를 광고에 녹여 소소한 웃음까지 선사한다. 짧지만 참 강렬했다.
한국에서도 게임을 주제로 한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게임중독 공익 광고 영상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중독 공익 광고는 '게임 BGM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된다' 등 네 가지 질문을 던지며 그에 맞는 영상이 함께 나온다.
특히 '게임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에서는 건장한 청년이 노인을 게임 캐릭터로 보고 마구 주먹질을 하는 충격적인 영상이 곁들여진다.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이 영상이 게이머들에게 공분을 사는 이유는 애당초 던지는 질문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을 마약과 동일선상에 놓고 만든 영상에서 그 무엇을 바랄까. 마구잡이식으로 '게임은 나쁜 것', '게임은 중독물질'이라고 몰아가는 이 영상을 '공익 광고'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클래시오브클랜'의 경우 공중파 TV는 물론 각종 매체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휘어잡았다.
또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재미있는 영상으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클래시오브클랜'이라는 이름을 각인 시켰다. 최근 슈퍼셀이 선보인 '마법사' 광고 노출 이후 '파이어볼'을 외치며 뛰노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영상 매체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그렇지 않아도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이제 막 게임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보건복지부의 게임중독 영상이 미칠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 광고는 세상에 게임 중독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라고.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대로, '게임을 많이 하면 모두 다 저렇게 된다'는 식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게임중독 공익 광고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파괴한다'라는 경고 문구로 끝맺음 된다. 이 영상 하나만으로 대한민국 게임산업 종사자들과 게임을 즐기는 수천만 게이머들의 마음은 이미 파괴됐다. 보건복지부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말이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