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구하기 위해 나쁜 마왕의 성에 잠입한 용사는 어찌어찌 마왕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그 후에는? 물론 세계는 평화를 되찾고 용사의 이름은 구원자로 널리 알려질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왕을 물리쳤다'는 영웅이 마왕을 물리치는 과정을 소재로 한 러닝 액션 게임이다. 죽기 직전 최후의 반격으로 성을 폭발시킨 마왕. 우리의 용사는 성이 무너지기 전에 최상층에 있는 차원문으로 탈출해야 한다. 소문으로 전해지는 용사의 흥미진진한 모험담 뒤에는 이런 처절한 사투가 있었던 것이다.
'마왕을 물리쳤다'의 진행 방식은 기존 러닝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을 시작하면 캐릭터가 자동으로 달려간다. 이용자는 점프로 장애물을 뛰어넘고 공격으로 몬스터를 처치하는 조작만 하면 된다. 설명만 들으면 흔히 볼 수 있는 러닝 게임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마왕을 물리쳤다'의 특징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어렵다. 무지하게 어렵다. 기존의 캐주얼한 러닝 게임과는 분명 다르다. 캐릭터의 점프력은 장애물을 간신히 뛰어넘을 정도. 이단 점프가 가능하지만 이쪽도 큰 장애물을 간신히 넘어갈 정도다. 몬스터를 처치했더니 그 자리에 장애물이 나타나는 것은 예사. 코앞에서 바닥이 사라지거나 함정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몬스터의 배치도 악랄하다. 지상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고, 점프하자니 공격 전에 부딪힐 것 같은 절묘한 위치. 그 상황에서 몬스터는 팔을 뻗어 캐릭터를 공격해온다. 물론 패턴에 익숙해지면 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몬스터의 악랄함에 이가 갈릴 정도다.
하긴, 마왕을 처치한 용사의 앞길을 막아서는 몬스터가 그리 녹록할 리가 없다. 주군의 복수를 위해 목숨 걸고 덤벼드는 자들이니 그 정도 지략은 기본 아니겠나. 다행히 우리의 용사는 그런 공격 한두 번에 쓰러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다만 체력의 자연 감소 속도는 너무 빠른 느낌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한 플레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3스테이지조차 클리어하지 못할 정도. 시행착오를 거쳐 함정과 몬스터의 패턴을 파악했는데 예상치 못한 타임 오버에 발목이 붙잡히는 그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이 엿보이긴 했지만 필자의 도전 욕구를 제대로 자극하는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러닝 게임답지 않게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손맛도 상당히 괜찮았다. '마왕을 물리쳤다'가 러닝 게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자료 출처 : 헝그리앱(http://www.hungryap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