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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알바몬과 사장몬, 그 대립이 씁쓸한 이유

걸스데이 혜리가 최저시급 5580원이라 알려준다. 이마저도 안주면 '히잉~'이란 애교와 함께 '알바가 갑이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주는 '알바몬' 광고의 한 대목이다. 비행기를 되돌리고, 백화점서 무릎을 꿇리고, 최저임금에도 턱없는 '열정페이'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최약자인 알바생을 갑이라 칭하는 이 광고는 폭발적인 성원을 이끌었다.

그런데 PC방업계가 반발하면서 광고를 두고 이상한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외치던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PC방조합)이 해당 광고에 대해 공개사과와 광고중단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급기야 알바몬에 대항한 사장몬이란 까페가 개설됐다.

PC협동조합 등은 해당 광고가 알바생과 고용주 간의 갈등과 오해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알바비 주는 것도 힘든데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권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란 것이다. 5인 이상 자영업자는 야근수당을 주지 않아도 됨에도 혼란을 일으키고 악덕 고용주로 만들고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PC방 업주들의 입장은 일견 이해가 된다. 매년 최저시급이 오르는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리는 그들이다. 10년이 넘게 시간 당 1000원도 못 되는 요금을 받으면서도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4시간 영업에 잔일들이 많아 일손이 항상 필요하지만 선뜻 인력을 충원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알바몬 광고로 야간 알바들이 1.5배에 해당하는 시급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지만, 사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매장이 법 적용이 제외되는 사업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PC방 업주들과 알바생 모두 앞서 언급한 '갑질' 논란과는 무관한 이들이다. 대형 PC방에 밀려 생활비조차 벌기 힘든 PC방 사장이 어떻게 갑이 될 것이며, 고용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알바생 또한 어떻게 갑이 될 것이란 말인가. 이들은 어떻게든 공생을 해야만 하는 서로 '을'인 관계다.

몇 일전 알바연대가 글로벌 기업인 맥도날드 매장에서 규탄시위를 가졌다. '꺾기' 등 편법으로 알바생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집회였다. 혜리가 알바생들에게 알린 알바 팁은 맥도널드 같은 대기업이 제대로 된 고용환경을 제공하는지 지켜보는데 사용하는 것이 맞다.

스스로도 밝혔듯이 생활비도 빠듯하게 버는 PC방 업주들은 자격지심에 '울컥'했다가 원치 않은 논쟁에 휩싸였다. 소상공인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는 것은 공감하지만 대상이 잘못됐다. 알바생은 번 돈으로 PC방 가고, PC방 사장은 알바 덕에 매출 오르고, 사업이 번창해 알바를 더 고용하는 것. 알바생도 PC방 업주도 원하는 그림 아닐까.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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