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지난 16일 넷마블의 신주 9.8%를 사들인다고 발표했고, 17일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3800억 원대의 '빅딜'에 그 배경과 향후 이들의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발표회를 찾은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넥슨-엔씨 대결 구도에 넷마블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려 있었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자사주를 인수하면서 엔씨소프트의 우호 세력이 되느냐가 핵심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손을 맞잡은 것만 해도 엄청난 소식일진데 이보다는 엔씨-넥슨 이슈에 더 큰 관심이 쏠려있으니, 넷마블의 심기가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질의응답 시간 마지막에 따로 마이크를 들어 "단순히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 지분을 투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엔씨-넥슨 이슈 보다 엔씨와 넷마블이 손을 맞잡은 것에 대한 의미를 따로 해석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단 엔씨-넥슨의 경영권 문제는 차치하고, 국내 최고의 개발력을 가진 엔씨소프트와 1등 모바일게임 회사 넷마블게임즈의 전략적 제휴 자체에 의의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과의 협업을 통해 '마비노기2'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한 바 있다. 당시 업계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협업을 통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엎어졌다. 그리고서 나온 게 이번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전략적 제휴다.
그 동안 국내 게임 시장은 메이저 업체들과 중소 개발사들이 서로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시장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가 접수한지 오래고, 모바일 시장은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이 장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게임 시장을 이끄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전략적 제휴는 상당히 돋보인다.
엔씨소프트는 그 동안 한 번도 타 회사에 허용한 적이 없었던 자사의 IP를 넷마블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넷마블은 자사 퍼블리싱 타이틀이 아니면 절대 허용하지 않았던 크로스 프로모션 빗장을 엔씨소프트에게 푼다. 외국 기업에 빼앗긴 안방 주도권을 국내 게임사들이 손을 잡고 찾아오자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을 떠나 넥슨과의 협업에 실패한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과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기대가 된다. 또 이번 제휴가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국내 게임업체 간 활발한 제휴가 이뤄져, 국내 게임업체들과 국산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높은 경쟁력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