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니아들은 자신이 즐겨 하는 게임에 어떤 설 이벤트가 진행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업체 발표를 기다렸다. 원하던 이벤트를, 아니 원하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한 이용자들은 반색한 반면, 기대 이하의 내용에 실망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는 업체들도 존재했다. 주로 유료 결제 이용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주거나 설 연휴 기간 동안 한정 판매하는 고가 유료 아이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제 이벤트의 경우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고액 결제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미있는 부분은 결제 이용자들에 대한 추가 혜택이 클수록 반발이 더 크다는 점이다. 혜택이 아무리 크더라도 유료 결제 이벤트에 참여할 마음이 없는 무과금 이용자들은 과금 이용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게임을 접겠다'며 회사측을 압박했다. 과금을 이미 많이 한 이용자들은 '그 동안 얼마를 써서 만든 내 계정 가치가 떨어진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기자가 최근 푹 빠진 모바일게임 서비스사는 결제 이용자 대상 설 이벤트를 야심차게 기획했으나 이용자의 거센 반발에 이벤트 공개 반나절만에 이를 철회했다. 설 기간 동안 40만 원 이상 결제한 이용자에 대해 게임 내 최고 등급 아이템을 선택해 받을 수 있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는데, 무과금 이용자와 과금 이용자들이 동시에 극렬하게 반발했다. 이벤트 공지가 내려간 뒤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게임 공식 카페 게시판에 운영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여파가 컸다.
해당 업체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수정된 내용의 이벤트 계획을 발표했다. 과금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전체 이용자 대상 이벤트는 확대했다. 불같이 반발하던 이용자들도 '개념 이벤트'라며 반색했다.
이벤트를 통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업체 입장에서 중요하겠지만 설이라는 중요한 명절을 팔아가면서까지 매출 극대화만을 꾀하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게임의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이벤트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게임 수명 단축과도 직결될 수 있다. 고액 과금자 대상 이벤트는 게임을 부정적인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들에게 좋은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벤트는 이벤트다워야 한다.
[데일리게임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