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궁금하지는 않다는 투로 슬쩍 안부를 묻는다. 마치 헤어진 연인처럼. 졸지에 메신저가 돼 '특별한 일 없다'고 근황을 전한다. 양쪽 모두 마찬가지고, 만나는 기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헤어진 연인 같은 이들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홍보들이다. 엔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열흘이 흘렀건만 양측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설날 연휴에도 팀원들이 번갈아 가며 기사를 살폈다고 했다. 그전에는 계속해서 야근이었다. 두 회사의 첨예한 대립이 끝나기 전까지, 회사의 공식적인 '입'이자 '귀'인 그들이 한시도 편히 쉬지 못할 것이다.
회사가 얽히고 감정이 섞인 사건이 발생하면 홍보인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 업계 동료인 탓에 가급적 '점잖게' 일을 마무리 짓고자 하지만, 항상 페어플레이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론과 언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논리를 만들고, 필요하다면 감정에 호소까지 해야 한다. 스스로가 논리로 무장되지 않으면 접점에 있는 기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탓에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상대편 홍보는 동료에서 경쟁자로, 경쟁자에서 적이나 원수로 바뀐다.
과거 넷마블과 넥슨의 '서든어택' 분쟁 때도 두 회사 홍보인들은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회사는 극적인 타결을 했다만, 논리전을 펼치던 두 조직의 홍보인들은 아직도 서로가 서먹하다. 서운함과 미안함, 멋쩍음과 어색함이 복합돼서 그럴 것이다.
엔씨와 넥슨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모르겠다만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두 조직 홍보들의 마음엔 상처가 하나씩 생길 것이다. 지분을 처음 교환했던 그 때는 함께 워크숍도 가고 등산도 했던 그들이지만, 이젠 서로 등을 돌린 카운터 파트너일 뿐이다.
두 회사의 분쟁이 있기 며칠전, 두 회사 홍보 실장이 함께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을 봤다. 같은 게임업계에서 같은 홍보인으로 생활하기에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자고 만든 자리였다. 두 실장 모두 92학번이고 나이도 한 살 터울이다. 사회 '친구'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 첫 모임이라 서먹함은 있었다만은 몇 번이 만남이 지속된다면 그들은 아마 친구가 됐을 것이다.
'한 달에 한번은 만나자'며 헤어졌던 그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일절 통화도, 인사도 하지 않는다. 기자를 통해 상대의 주장을 되묻고, 자신의 입장을 말한다. 이 상황이 불편할 법도 한데, 회사가 걸린 문제라 쉽게 행동할 수도 없다.
상대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혹시나 국면을 반전시킬 깜짝 발표가 있지는 않은지 오늘도 두 회사 홍보들은 기사를 찾아보고 기자들에게 상대의 근황을 묻는다. 엔씨와 넥슨의 분쟁은 언젠간 끝나겠다만, 이 사건을 양측 홍보인들은 '내외하는' 사이로 만들지나 않을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두 홍보 책임자는 다시 한자리서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기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