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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한국이라 '미안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 '리프'(Leap) 서비스가 시작됐다. 콩나물시루 같은 대중교통을 벗어나 여유롭고 평안함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에 벤처투자사로부터 28억원 투자를 받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스타트업의 성지다. 국내서 여전히 논란 중이긴 하나, 41개국 150개 도시서 서비스를 하며 기업가치를 18조원으로 키운 '우버'(Uber)나 자신의 집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아이템으로 2초에 한 건씩 숙박예약이 이뤄지는 '에어비앤비'(airbnb)도 여기 샌프란시스코가 시작이었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이러한 아이템들은 '공유경제'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는 자원을 나눠 쓰자'는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의 이론을 기술로 현실화 한 것인데, 사업모델은 수수료다. 최근 IT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수수료. 사람들을 모아 연결해주는 것으로 돈을 번다. 구글과 애플의 오픈마켓이, 카카오톡이 그렇다.

따지고 보면 예나 국내 불패신화를 자랑하는 부동산이나 당구장, 스크린골프도 사실 시설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는 중개업은 방식만 달라졌을 뿐, 예나 지금이나 가장 각광받는 사업 아이템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핫'한 이 아이템들은 국내선 불법이다. 리프처럼 직장인들이 돈을 모아 버스를 빌려 출퇴근 하는 아이템은 2010년에 나왔지만 정부가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도서는 '통근버스 공동구매 서비스'라는 정책을 검토했다가 법적인 문제로 무산시켰다.

기술 발달을 쫓아가지 못하는 국내 환경서는 결코 우버나 에이비앤비 같은 혁신기업이 나올 수 없다. 아이러니 한 건, 이러한 기술이 박근혜 정부가 취임부터 주장한 ICT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시각을 좀 더 돌려보면, 우리가 최초이지만 정책이 따라오지 못해 주도권을 내준 기술들이 있다. 지금은 보편화 된 PC방이, 아이템현금거래가 그렇다. 아이템현금거래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ICT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가 아닌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찬사 받으며 승승장구 하지 않았을까.

소방법과 식품위생법에 국내 PC방이 발목 잡힌 사이, 중국이나 동남아 PC방에서는 음식뿐 아니라 안마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다 보면, 뛰어난 상품을 만들어 놓아도 지원이 없어 발전시키지 못하는 국내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2010년에 이미 1조2566억원(게임백서)으로 추산됐던 국내 아이템현금거래 시장은 이제 외산자본에 다 넘어간 상태다. 15년 전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시작했지만 여전히 관련법은 답보인 상황에서 사업 주도권을 넘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PC방을, 아이템현금거래를 생각해냈던 이들은 현재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해외 스타트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국적을 원망해야 하는 일이 안타깝기만 하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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