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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블리자드의 얄팍한 언론 플레이

'어, 바보 됐네.'

지난 15일 습관처럼 모바일게임 출시정보를 확인하던 중, 깜짝 놀라서 튀어나온 말이다. 이어지는 분노, 후배들에게 전후 사정을 파악하라고 닦달했다.

"진짜 몰랐던 거야, 아님 마케팅 전략이야? 이거 기자들만 놀아난 꼴이 됐잖아."

'하스스톤' 스마트폰 버전이 출시되면서 생긴 소동이다. 바로 전날, 블리자드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거듭된 '출시일'을 묻는 질문에 '모르쇠'로 답했다. 그 자리에는 본사직원인 용우 '하스스톤' 선임 프로듀스도 참석했다. 그에게 '일주일 내', '이달 안' 등의 객관식으로 물어봤음에도, 그는 "블리자드식 '곧'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 출시할 것"이라 에둘러 답했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을 국내서 출시했다. 용우 프로듀스의 '곧'은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간을 끄는 블리자드식 '곧'과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일반적인 상식의 '곧'과도 차이가 컸던 것은 분명하다.

기자들이 화를 내는 건, 이 사안이 그렇게 비밀에 부쳐야 하는 사안이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등 상품을 출시하면 출시일을 알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기본적으로 묻는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회사측이 발표를 하더라도 중점을 두는 사안이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글로벌 동시출시라는 명분으로 태평양 표준시 기준으로 출시일을 배포해 온 회사지 않던가.

게임을 막 만들기 시작해 제작 발표회를 하더라도 '내년 상반기 출시' 등으로 대략의 가이드라인을 준다. 소비자인 게이머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폰6 출시일 소식이 왜 이슈가 되는지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매체 기자들은 화가 더 날 수 밖에 없다. 정제된 활자로 종이에 전날 뉴스를 찍어냈는데, 게임이 출시되면서 '죽은' 기사가 돼 버린 상황이니까.

블리자드코리아 홍보실은 "전날까지 버그 등으로 출시를 할지 말지 개발실에서 결정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해 본 것이 처음이라 '서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발자들이 확정을 안 해줬는데, 애꿎은 홍보실만 욕 먹고 있다는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보실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출시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만 이해한다면, 이런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스스톤'은 스마트폰 게임이고 애플과 구글의 자체 심사 후에 게임이 출시된다. 블리자드 본사 개발실이 '내일 출시하자'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당일 간담회서 '현재 양대 마켓서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는 식으로 답했더라면 기자들에게 밉보일 일이 적었을 것이다.

매주 수많은 모바일게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행사를 하면서까지 출시일을 숨긴(?) 블리자드, 그리고 이용자들의 관심이 식기 전에 '짠'하며 출시를 한 현재의 정황.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도의 마케팅 수단으로 봐야 할지 여전히 헷갈린다. 분명한 건, 뒷맛이 쓰고 블리자드가 예뻐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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