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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탈 카카오, 무엇으로부터의 탈주인가

[기자석] 탈 카카오, 무엇으로부터의 탈주인가
모바일 게임 시장은 '탈 카카오'를 넘어 '탈주 카카오'에 까지 이르러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급격한 몰락으로 야기된 이 현상은 여러 매체에서 이미 몇차례 크게 다루기도 했다.

카카오의 역사는 꽤나 드라마틱하다. 카카오는 거대 통신사에 맞서 무료 문자대화 서비스를 무기로 통신사들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버터내왔다. 이런 작은 기업이 이용자들의 응원과 기대를 받으며 성장해, 그들을 압박하던 통신사와 어느정도 견줄만한 공룡이 됐다.

여기까지만 하면 교훈적일 정도로 훈훈한 이야기지만 역사는 멈추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카카오는 2012년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를 필두로 카카오 메신져의 이용자 풀을 기반으로 수많은 모바일 게임사들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 게임사들은 3년 만에 카카오 게임하기에 더이상 매리트가 없다고 판단하기 이르렀다.

국내 '탈 카카오'의 시발점은 '레이븐'과 '클래시오브클랜'으로 꼽힌다. 카카오 플랫폼의 도움 없이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이어간 두 게임들은 실적으로 이를 증명했다. 이어서 지난 10일 '캔디크러쉬사가'가 카카오 버전 서비스를 종료하고 글로벌 버전으로의 이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에 입점한 게임 중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첫 사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첫 카카오 탈주'라고 칭하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으로 카카오에 비준하는 마케팅 효과를 스스로 낼 수 있는 자본을 갖춘 게임사들만 '탈 카카오'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듯 했으나, 영세하거나 개인에 가까운 게임사들도 카카오 없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게 '탈 카카오'는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다음카카오 측도 이에 동의하는 듯 자사 몫의 수수료를 낮추고 이용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게임사의 마케팅을 돕는 '카카오게임샵'을 지난달 출시하고 궤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흐름의 변화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게임 업계는 특히나 변화에 민감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탈 카카오'를 이야기할때 카카오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들이 빠지지 않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를 '공공의 적' 취급하고, 지금의 위기를 '카카오의 갑질 탓'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같은 시선에는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나약함이 없지 않아보인다. 모바일 게임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2012년 초창기 팡류, 퍼즐류 게임들은 카카오톡의 방대한 이용자 풀을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게임사들은 기존 개발기간 대비 엄청나게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도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냈다.

한번 쉽게 꿀맛을 본 게임사들은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일단 카카오 입점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퀄리티 있고 아이덴티티 있는 게임보다는 짧은 기간내 여러 게임의 출시를 중요 시 했다. 카피캣들이 넘쳐나고 카카오 게임의 퀄리티는 점점 떨어져갔고 이에 실망한 이용자들도 떨어져갔다.

플랫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이용자의 선택이다. 한 업체의 잘못으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카카오 혼자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한 몇백개 게임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 결과라고 하기엔 현실적으로 카카오에게 득되는 바가 없다.

이런 책임전가 대신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그들이 모바일 생태계를 위해 한 일이 없었다는 것을 비판받아야 한다. 다음카카오는 최근에 케이벤처그룹을 인수해 투자에 나서고 수수료를 낮춘 카카오게임샵에 힘을 주는 등 중소개발사들과 상생을 꾀하고 있다. 입점 개발사의 사전예약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해외진출까지 돕겠다고 한다.

왜 이전 더 잘될 때는 이러지 않았을까. 위기가 닥치기 전 수많은 경고 등을 무시한 채, 위기를 대비하지 못했던 책임은 앞으로 다음카카오가 오롯히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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