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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메르스와 '최강의군단' 사태

# 국내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확정 환자가 18명에 달하고 의심환자로 격리된 사람은 750명(2일 기준)을 넘어섰다. '전염성이 낮다'고 발표한 정부는 초동 대처 미흡으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오판을 인정했다. 정부가 단속하겠다고 했던 '메르스 괴담'이 현실이 될까 국민들은 떨고 있다. 초기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어야 할 정부는 메르스 괴담을 확산시키는 자를 단속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우겠다고 했었다.

# 온라인게임 '최강의군단'을 두고 요며칠 시끄러웠다. 한 게이머가 이벤트에 당첨됐는데, 개발 및 서비스를 하는 에이스톰은 '그런 적이 없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당첨내역을 스크린샷으로 제시한 이용자에게 이 회사는 '회사의 이미지를 떨어트린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이머들은 회사의 지나친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김윤중 대표가 공개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메르스와 최강의군단.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이를 둘러싼 정부와 게임회사의 대응방식은 판박이다. '우리가 실수할리 없다' 혹은 '니들(국민이나 게이머)을 믿을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렸다. 해외 논문을 들이대며 '공기 중 전염이 안 된다'고 말한 정부나, 문제를 제기한 게이머에게 '회사로 찾아와 로그를 확인하라'고 말한 에이스톰이나 다를 게 없다. 법을 내세우며 상대를 압박하고 합리적 의심이나 문제제기를 원천봉쇄 하려고 했던 방식도 똑같다.

필요이상의 불안을 조장하거나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일이 있다면 이를 막기 위해 법을 동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상대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검증과 그에 따른 확신이 선 다음에 취해져야 할 조치다.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가 고열에 걸렸다 더라'고 SNS에 올렸다 해서, '이벤트 당첨에 대한 해명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이유로 법을 먼저 들이미는 것은 옳지 않다.

세금을 내는 국민을 정부는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한 게이머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고 회사는 이에 대한 책임의 의무가 있다. 메르스와 '최강의군단' 사태는 정부와 에이스톰이 국민과 소비자를 기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태다.

어이없게도 '최강의군단' 논란을 일으킨 백지수표는 이름만 '백지수표'다. 이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게임 아이템이고 현물가치 25만원 정도다. 이러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개인이 스크린샷을 정교하게 조작하고, 이용자들을 선동하며, SNS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정녕 에이스톰은 자기네 상품을 사주고 이용하는 소비자를 그 수준으로 밖에 생각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다행히 대표이사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고 공개사과를 했다. 담당자를 교체하고 논란을 일으킨 책임자는 징계했다. 대표 직속 위원회를 신설해 고객응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이며,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법적 조치는 모두 중단하겠다 했다. 이용자가 거주하는 캐나다를 대표가 직접 찾아가 해당 이용자에게 모든 사실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태는 일단락 되는 분위기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최강의군단'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정부도 에이스톰도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 사과를 하기까지도 많은 시일이 걸렸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 '안전한 나라'를 내세웠던 정부나 개인사진을 홈페이지에 내걸며 '게임을 만든다'고 어필했던 에이스톰이 이번 사태로 느끼고 깨닫고 변화기를 바란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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