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자율규제안을 준비한 협회가 자율규제 본격 도입 기간을 상반기 내로 예정해 사실상 도입일까지 1주일 남짓 남은 시점이라, 언제 자율규제가 도입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시기였다. 이 타이밍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부회장사인 넥슨이 그 첫발을 뗀 셈이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45종 중 39종에 자율 규제가 적용된다. 온라인 게임이 24종 중 20개, 21개 종의 모바일 게임 중 19개가 해당된다. '서든어택'과 '피파온라인3', '던전앤파이터' 등이 인기 게임도 적용 대상이다.
아울러 본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상시판매되지 않아 자율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 게임 4종 '마비노기영웅전', '사이퍼즈', '컴뱃암즈', '큐플레이'도 차후 이벤트 등으로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판매될 경우, 이벤트 별로 자율규제안에 맞춰 모든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넥슨 관계자는 "우선 적용에서 빠진 것 뿐 협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모두 따랐으며, 맹점도 고려해 자율규제안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6월 30일까지의 자율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차후 이벤트에서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판매될 경우 이벤트별로 자율규제가 항시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협회의 가이드라인에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 넥슨이지만 이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왜일까? 이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 문제다. 이용자들이 협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탐탁치 않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아무리 확률을 공개해도 기존 뽑기형 아이템의 폐해를 방지한다는 취지에는 맞지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임 업계의 본격적인 자율규제에 시동이 걸린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눈가리고 아웅하기'가 시작됐다고 해석하는 이용자도 있다.
사실상 아이템의 결과물 목록 및 구간별 확률 수치 공개가 골자인 이번 자율 규제안에서 이용자들이 원한 '사이다'같은 구절은 없다는 말이다. 애초에 목표했던 이용자를 위한 규제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 수 밖에 없다.
실질적인 규제안을 들여다 봐도 '사이다'는 커녕 찬물도 보이지 않는다. 협회의 가이드 라인에 맞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규제. 일본의 경우처럼 기존 법령보다 더 강력한 규제로 업계 스스로 자정을 요구했던 경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래서는 이미 입법화 돼 있는 것도 자율로 끌어내리는 노력하겠다는 협회의 말도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용자의 재미와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망각하고 '규제를 피하기 위한 규제'만을 따른다면 게임사가 얻을 것은 '강제' 뿐일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