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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엔씨 e스포츠팀의 과제

지난 주말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은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 대회인 '블소 토너먼트 코리아 시즌1' 결승전을 보기 위한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도 그 뜨거운 열기 아래 꺾인 듯 보일 정도였다.

관중들은 언제나 그렇듯 선수들에 대한 뜨거운 응원을 보냈고, 선수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경기력으로 그에 화답했다. 시즌1 우승자, 국내 최강 기공사라는 두 타이틀을 걸고 윤정호와 이재성이 맞붙은 결승은 치열한 접전 끝에 윤정호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동일 직업간 대결이라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윤정호와 이재성은 혼신을 다해 대결을 펼쳤다. 누가 봐도 질 것 같은 상황에서 뛰어난 스킬 연계와 컨트롤로 경기를 뒤집는 이재성의 플레이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쉴새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공격적인 윤정호의 플레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는 그 동안 진행됐던 '블소' e스포츠 보다 훨씬 많은 이슈거리가 있었다. 소외 받던 직업인 역사가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고, 강덕인이나 김신겸 같은 기존 강자들이 16강에서 탈락한 대신 최성진, 김정수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나왔다. 또 만년 2인자 기공사였던 윤정호는 국내 최강 이재성을 꺾으면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시즌1 결과만 놓고 보면 2015년 '블소' e스포츠는 시작이 좋다. 다만, 속을 좀 깊게 들여다 보면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밸런스다.

이번 대회를 취재하면서 숨겨져 있던, 스타성이 보이는 또다른 선수들이 발굴됐다. 아이뎁스 외에 프로게임단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도 생겨났다. 또 선수들에게 팬이 생기는 과정을 보며 '블소'의 e스포츠화 성공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살짝 틀어서 보면 '기공사가 너무 강력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재성은 16강을 전승으로 통과했고, 풀리그로 펼쳐졌던 8강에서는 5승1패를 기록했다. 또한 준결승전에서는 검사 한준호가 기공사 윤정호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0대4로 패배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린검사는 이번 시즌 본선에 올라오지도 못했고, 유일한 소환사였던 김신겸은 16강에서 탈락했다. 대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역사는 이번 대회서 강력한 도끼질로 그 동안의 설움을 풀었지만 8강이 한계였다.

시상을 진행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엔씨소프트 심민규 상무는 무대에 올라 "오늘 멋진 경기를 펼쳐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하면서도 "엔씨소프트는 오늘 숙제를 하나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기공사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원거리 캐릭터가 너무 강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밸런스 패치에 주력하겠다는 얘기였다.

'블레이드&소울'이 '기공사&소울'로 불리지 않으려면, '블소' e스포츠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시즌2 개막 전까지 엔씨소프트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밸런싱 작업이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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