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거인'은 이기적인 어른들의 행동에 일침을 가하고, 함께하는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화지만 살짝 비틀어서 보면 NHN엔터테인먼트의 현 상황과 닿아있다.
NHN엔터는 NHN(현 네이버)에서 게임 사업부문을 떼내 분사한 회사다. NHN엔터의 전신 한게임은 분사 전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네오위즈와 더불어 이른바 '5N'의 한 축을 담당하던 메이저 게임사였다. 특히 웹보드 게임 국내 1등 서비스사로 연간 6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2월 웹보드 규제 바람이 불면서 NHN엔터의 사세는 크게 기울었다. NHN엔터의 든든한 캐시카우였던 웹보드 게임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NHN엔터는 2014년 매출 5553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비 93%나 하락, 112억 원 밖에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NHN엔터는 비게임 분야로 눈을 돌렸다. 한국사이버결제를 비롯해 보안 회사, 쇼핑몰, 취업 사이트, 음원 서비스 등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발을 뻗고 있다. 간편 결제 '페이코'가 가맹점을 점점 늘려나가고 있고, 오는 16일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CCTV '토스트캠'도 발표한다.
비게임 분야의 몸집이 점점 커져가는 반면 게임 부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관련 사업부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NHN엔터는 올 1분기 모바일 게임 6종 서비스를 갑작스레 종료하면서 게임 사업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정우진 대표가 직접 "게임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기도 했다.
이후 NHN엔터 측은 게임과 비게임 사업 매출 비율을 7대3에서 5대5로 가져가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NHN엔터의 행보를 보면 그 반대, 즉 게임이 3, 비게임이 7로 가는 구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NHN엔터가 최근 출시한 모바일 게임 '히어로즈킹덤'만 봐도 그렇다. 1세대 개발자 정철화 대표가 이끄는 엠플러스소프트가 개발한 '히어로즈킹덤'은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며 NHN엔터 게임 사업 부문의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게임은 초반 대규모 마케팅 없이 구글 매출 27위까지 올라가면서 게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13일 기준 '히어로즈킹덤'의 매출 순위는 112위다. NHN엔터는 바이럴 광고를 비롯해 이용자 대상 인게임 프로모션, 친구초대 이벤트, 거점 플랫폼을 통한 프로모션 등 기존 게임들과 동일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NHN엔터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케팅이 크게 눈에 띄지 않다보니 추가 이용자 유입이 더뎠고, 매출도 갈수록 감소했다.
NHN엔터는 '히어로즈킹덤' 출시 직후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버 안정성을 검증한 뒤 대규모 집객에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클래시오브클랜'의 마케팅 물량 공세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마케팅 전쟁이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출시 전부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을 감안하면 NHN엔터의 이 같은 결정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서버 안정성을 검증한 뒤 마케팅을 통해 대규모 집객에 들어가겠다는 말은, 돌려 생각하면 게임을 급하게 출시했다는 말이 된다. 여러 차례 CBT를 통해 안정성을 다지고 출시하자마자 마케팅을 진행해 게임을 크게 띄울 수도 있지 않을까.
비게임 분야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게임 쪽에는 유난히 돈을 쓰기 꺼린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느 개발사가 NHN엔터와 계약할까 싶다. 메이저 퍼블리셔로서의 위치가 무너지는 것이 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욕심쟁이 거인'처럼 아이(게임)들을 쫒아낸 거인(NHN엔터)에게 과연 따뜻한 봄날이 올지 의문이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