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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무서운'? 방준혁 넷마블 의장

입수보행 금지, CCTV, 무서운 사람, 2등 전략, 군대식 조직문화…

그 동안 넷마블 방준혁 의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넷마블=방준혁’이란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제왕적 카리스마로 회사를 장악했고, 그의 말이 곧 회사 내 법이었다. 한게임의 성공 공식을 도입해 성공한, 능력 있는 사업가 정도의 느낌. 재기발랄한 게임산업과는 거리가 있는 그런 창업자라 여겨왔다.

넷마블은 어제(15일) 첫 번째 ‘NTP’(Netmarble Togother with Press) 행사를 개최했다. 넷마블과 기자들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마치 넥슨의 NDC 이미지가 겹치는 첫인상을 받았다. 개발자와 기자의 차이랄까. 최근 모바일게임에서 가장 ’핫’한 넷마블이 준비한 행사고, 방준혁 의장도 참석이 예정된 터라 기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행사장엔 100여명의 취재진이 자리했다.

방 의장은 “기자분들과 소통하고자 이 자리를 만들었다” 했다. 4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넷마블의 성공스토리, 회사 경영철학, 발표라인업, 질의응답 등으로 이어졌는데, 방 의장은 2시간이 넘도록 발표를 이어나갔다. 기자처럼 자신과 넷마블을 몰라주는 사람들에게 그간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듯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아이러니 하게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선함 보단 지루함이 들었다. 시종일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어찌 보면 자기자랑 같아 보였던, 비꼬기 좋아하는 기자 눈엔 그 정도만 보였다. ‘워딩’(발언을 받아 적는) 할 게 많은 기자들의 툴툴거림도 들렸다. 취재가 쉬운 인물도 아니니 한 마디라도 놓쳐선 안 되는데, 워낙 그 양이 방대하다 보니 웬만한 간담회로 내공을 쌓은 기자들도 따라가기 바빴다.

‘소통이라 해놓고선 일방적 발표네, 예상 시간은 넘겼으니 QA는 없겠다’ 라고 생각했다. “시간 관계상 질문은 몇 개만 받겠습니다”라는 행사가 또 오죽 많았었나. 하지만 방 의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충분한 질문 기회를 줬고, 소신 있게 답했다. 자세를 고쳐 잡은 것도 그때부터다.

한국과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변화예측, 스타터업에 대한 생각, 조직관리와 게임회사 CEO로써 할 일 등 소신은 확고했고 기자도 설득돼 갔다. 방 의장은 그 누구보다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을 잘 안다. 직접 보고를 받고 문제가 생기면 실무자를 모아놓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한다. ‘게임을 모르는 임원은 아웃’이라고 말할 정도다. 방향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흔히 대표라 하면 실무적인 것 보단 보고를 받고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지만, 방 의장은 빌더 하나부터 향후 전략까지 다 챙긴다. 과거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도 야근을 한다. 일중독자라 하지만 본인부터가 미쳐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직원들도 따르지 않을 것이고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방준혁 의장은 7시부터 시작된 저녁자리에도 참석해 기자들과 맥주잔을 부딪치며 자신의 소신을 설파해 나갔다. “쉬는 시간에 뭐하냐”란 질문엔 “게임 생각”이란 재미없는 답이 돌아올 정도지만, 게임 트랜드와 시장변화에는 누구보다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이만한 성공이면 이제 그만 천천히 가도 되지 않나”’는 물음엔, “이제 겨우 돈 벌기 시작했고, 글로벌에선 이렇다 할 성공도 하지 못해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수 많은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을 만났다. ‘은둔’이나 ‘숨은 실력자’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작정하고 소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만큼 자기자신과 조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으니까 자신을 가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랑처럼 보였던 그 모습은, 소신이 이룬 성과에 대한 뿌듯함이었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란 믿음이 아니었을까.

모 개발사 대표는 “우리는 방 의장님의 생각에 세뇌 당했다”고 말했다. ‘최고’라는 자기 최면과 ‘성공’이란 확신으로 목표를 향해 달린다고 했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지치고 어려움도 있겠다만, 그 길을 믿고 달리다 보면 목표점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했다.

‘사람경영’이란 말에 헛웃음이 났던 것이 무안했다. ‘직업인이고 프로라면 자기 분야서 최고가 돼야 하고,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 그것이 직장인이란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 좋은 대우와 자기 시간을 보장 원하는 건 욕심’ 등 신랄하지만 강렬한 발언이 아직도 기억난다.

물론 방 의장식 조직관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게임업체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전문가였고 열심히 일했다. 믿고 함께하면 결실로 보상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방준혁 의장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다. 다른 의미에서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만 빼고.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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