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빛소프트와 와이디온라인을 보면 '오디션'을 두고 제대로 된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앞서 언급한 '잠수타기'를 한빛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들 간의 헤어짐에도 예의가 필요한 것인데, 사업관계로 얽힌 회사 간임에도 한빛의 태도는 토라진 연인보다 더 못하다.
문제가 된 것은 '오디션' 데이터베이스(DB). 캐릭터 이름과 레벨, 아이템 등이 포함된 이 DB는 게임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과거에도 DB를 둘러싸고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다툼을 벌였다. 그때는 이 DB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분쟁이 발생했는데, 한빛과 와이디의 상황은 '공동 소유'라고 계약서에도 분명히 표기돼 있다.
그럼에도 한빛은 '무조건적인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마치 마치 '이제 헤어질 테니 그 동안 내가 해 준 거 다 내놔'라고 윽박지르는 철없는 연인 같다.
한빛소프트가 어떤 회사인가.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엔씨소프트 보다 위상이 높았던 회사다. 게임업계 대표단체인 협회를 만들고 첫 수장을 지냈다. '헬게이트'라는 지옥문을 열면서 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에 인수가 됐다만, 이후 김기영 대표도 게임산업협회(현 K-IDEA) 협회장을 지내면서 업체간 화합과 친목을 다졌다.
한빛의 지금 상황이 예전만 못한 것은 잘 안다. 퍼블리셔인 와이디측에 불만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초기화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무작정 DB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계약서상 위반이고 이를 떠나 상도의에도 맞지 않다.
서로 다시는 안 볼 듯이 다툼을 했던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은 원만한 타협으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해서 서로의 이익을 충족시켰다. 더불어 소비자인 게이머들의 불편을 최소화 했다는 명분도 취했다.
'협상이 없다'고 잠수를 타는 방식 보다는 한빛측에서도 위험을 최소화하고 실익과 명분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 방법은 첫 단계는 일단 파트너인 상대를 만나 협상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취할 것은 취하면 된다. 그리고 아름답게 갈라서든, 일정 기간 '숙려기간'을 갖든 그건 선택의 문제다. 가령 2년 간 서비스를 연장하되, 이후 DB를 달라고 해도 되지 않는가.
과거 협회 회장사를 했던 회사가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퍼블리셔를 상대로 윽박지르고 떼쓰는 모습은 격이 맞지 않다. 헤어짐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잠수타기'는 연인에게도 회사에게도 최악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